지방 국립대 성적 수치심 유발 행동 강요 논란
최근 대학교 신입생환영회가 폭력, 성희롱 등 각종 가혹행위로 얼룩져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 한 종합국립대학교에서 신입생 중 남학생을 대상으로 기저귀를 입히고 춤 연습을 시키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동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10일 이 대학의 SNS 커뮤니티에 따르면 응용화학과에 입학한 1학년 남학생들은 개강 직후부터 ‘캉캉’이라고 불리는 학과 전통 장기자랑을 준비하기 위해 소집돼 매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기저귀를 찬 뒤 치마를 들추는 행위를 반복하는 춤 연습을 했다. 성적 수치심으로 괴로워하던 일부 학생들이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이 자리를 빠지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자 학과 선배들이 “병원에 간다고 하는 사람은 진단서를 떼 와야 한다”며 강제로 연습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으로 커뮤니티 페이지에 글을 올린 A씨는 “곧 중간고사 기간인데 시험공부에 집중할 수도 없고 고통스럽습니다.”며 “(연습에 빠지고 싶지만) 너네 그렇게 하기싫냐 학과 전통인데? 라고 말할 몇몇 선배님들의 보복이 두렵다.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고 싶다. 시대착오적 발상과 행동들이 충분히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 학과 관계자는 1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신입생들이 모두 성인인데 강요한다고 누가 하겠느냐. 캉캉이라는 전통 장기자랑 프로그램이 있고, 2학년이 1학년의 연습 지도를 하는 것도 맞지만 강제로 시킨 적은 없다고 들었다”며 “논란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 아직 학교 측의 대응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