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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 폰세카, 나치 강탈 미술품 분쟁에도 연루

모색 폰세카, 나치 강탈 미술품 분쟁에도 연루

입력 2016-04-08 12:11
업데이트 2016-04-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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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페이퍼스’, 미술품 경매 사전조작 의혹도 제기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의 진원지 파나마 법률사무소 모색 폰세카가 나치 강탈 미술품 분쟁에도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색 폰세카의 내부 자료들을 입수해 보도하는 국제탐사보도언론협회(ICIJ)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7일(현지시간) 국제 미술품 거래상과 역외 회사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예기치 않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ICIJ와 가디언은 파나마 페이퍼스에는 전 세계 억만장자들이 역외 회사의 도움을 받아 미술품을 거래한 정황이 포함돼 있다며 이를 상세히 소개했다.

◇ 나치 강탈 미술품 분쟁에 연루

모색 폰세카는 나치가 약탈한 것으로 알려진 미술품들을 비밀리에 거래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했음이 이번 문건 유출로 함께 드러났다.

가디언 등은 모색 폰테카는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1918년작 ‘앉아있는 남자’의 소유권 분쟁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천500만 달러(약 288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에 대해 뉴욕의 유명 화랑인 헬리 나마드 갤러리와 유대인 미술품 수집가의 손자인 필리페 마에스트라치는 각각 소유권을 주장하며 뉴욕 법정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마에스트라치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소유한 이 작품이 1940년에 프랑스 파리로 진격한 나치에 의해 강탈된 것이라며 2008년 소더비 경매에서 이 그림을 구입한 나마드 갤러리 측에 반환 소송을 냈다.

그러자 나마드 갤러리측은 문제의 작품이 1995년 파나마에 설립된 인터내셔널 아트센터(IAC)라는 회사에 먼저 팔렸기 때문에 자신들은 반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IAC가 나마드 가문에 의해 설립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법률회사를 통해 지난 20년간 운영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향후 법정 다툼의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모색 폰세카는 뉴욕과 런던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부유한 미술품 거래상인 나마드 가문이 파나마에 IAC를 설립하는 것을 돕고, 빈센트 반 고흐부터 앤디 워홀에 이르는 거장들의 작품을 은밀히 거래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ICIJ 는 지적했다.

또 모색 폰세카를 통해 역외 회사를 설립한 유명 미술품 수집가로는 스페인의 티센-보르네미사 가문, 피카소의 손녀 마리나 루이스-피카소, 중국 영화사 화이브러더스(Huayi Brothers·華誼兄弟)의 왕중쥔(王中軍) 회장 등이 있다고 ICIJ는 덧붙였다.

◇ 역외 회사, 미술품 통한 거부들 재산 증식에도 기여

이번 문건에는 역외 회사들은 전 세계 억만장자들이 미술품을 거래함으로써 재산을 불리는 데에도 기여한 정황이 포함돼 있다.

1997년 11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크리스티 경매장.

현대 추상미술 거장의 작품을 다수 보유해 명성을 얻은 개인 소장가 빅터 갠츠와 샐리 갠츠 부부가 소유하고 있던 피카소의 초기 걸작인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이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가인 3천190만 달러에 낙찰되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미술품이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처럼 부자들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증식하는 수단으로 변모한 순간이었다고 뉴욕에 있는 미술품 자문회사인 레빈아트 그룹의 토드 레빈 관장은 평가했다.

하지만 실상 갠츠 부부가 40년 전 7천 달러에 구입한 이 그림은 경매가 열리기 6개월 전 이미 다른 그림들과 함께 갠츠 부부의 손을 떠나 ’심스베리 인터내셔널‘에 팔렸다.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경매가 열린 1997년에 조세 회피처 중 하나인 남태평양 니우에 섬에 설립된 이 회사의 은행 계좌는 외환거래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영국인 억만장자 조지프 루이스가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50년에 걸쳐 총 200만 달러를 투자해 갠츠 부부가 사모은 모든 그림을 1억6천800만 달러에 구입한 뒤 이를 크리스티에 ’갠츠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경매에 부치기로 계약을 맺었다.

갠츠 부부의 모든 소장품을 상대로 진행된 이 날 경매에서 총 낙찰가가 2억650만달러에 달함에 따라 이 회사는 하루 저녁에 앉아서 약 4천만 달러의 차익을 챙겼다.

이 회사의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루이스는 유명 식당 체인인 플래닛 할리우드와 영국 런던의 프리미어리그 구단 토튼햄 핫스퍼 등을 소유하고 있다.

이날 경매가 사상 최고가로 치솟으며 크리스티 경매도 라이벌인 소더비 경매를 따돌리고 세계 미술계의 시선 집중을 받는 데 성공했다.

결국, 역외 회사를 매개로 그림 소유자, 억만장자, 경매 회사 모두 막대한 부를 챙긴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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