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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돈 별로 없으니…총선후보들 ‘문자메시지 전쟁’ 집중

남은 돈 별로 없으니…총선후보들 ‘문자메시지 전쟁’ 집중

입력 2016-04-08 09:26
업데이트 2016-04-0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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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급 운동원 포기하고, 전화 홍보도 중단

“후보마다 문자메시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항의 전화도 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대구의 한 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A 후보는 선거운동비용 제한액(법정선거비용) 1억5천만원 가운데 앞으로 남은 닷새 동안 쓸 수 있는 돈이 10%도 채 남지 않아 고민이다.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를 통과하기 위해 중앙당 전화 여론조사에 대비해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지시를 대량으로 발송한 영향이 컸다.

A 후보는 4개월의 예비후보 기간 문자발송에 사용한 비용만 총 비용의 40%(6천여만원)에 달했다.

선거비용 제한액의 5%만 넘겨도 당선 무효가 되기 때문에 남은 기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탓에 B 후보는 30명까지 둘 수 있는 유급 선거운동원을 단 한 명도 등록하지 못했다.

대신 무급으로 쓸 수 있는 같은 정당 소속 보좌관, 비서관, 지방의원에게 선거운동을 부탁했다.

이들을 포함해 무급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A 후보를 돕고 있다.

상대 후보들은 30여 명의 선거운동원을 두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고 있는 걸 보자니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을 지경이다.

A 후보는 결국 발품팔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전철역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니며 유권자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후보 측 회계 책임자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예비후보 기간에 보낸 문자메시지 비용이 선거운동 기간 전체 가용 재원의 절반에 가깝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북부 한 선거구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B 후보도 선거 중반임에도 이미 선거비용 제한액 1억6천600만원의 90%인 1억5천만원을 썼다.

세 번째 총선을 치르는 B 후보의 회계책임자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문자메시지 발송 비용이 크게 늘었고 눈에 띄게 하려다 보니 소품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B 후보는 문자메시지 발송에 2천만원을 들이고 소품 제작에 회당 500여만원씩 사용했다.

남은 닷새 동안 선거운동원 30여 명의 인건비로 하루 260여만원씩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 사실상 선거운동에 쓸 돈이 바닥난 셈이다.

급기야 대부분 후보가 적극 활용하는 문자메시지 발송을 중단했다.

B 후보는 선거비용이 바닥 나면서 당원협의회 관계자 등 자원봉사자 30여 명의 도움을 받아 막판으로 치닫는 선거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선거비용이 바닥인 후보는 이들 후보뿐만이 아니다.

4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치열하게 경선을 치른 경기지역 더불어민주당 C 후보 역시 1억6천500만원인 법정선거비용을 이미 거의 다 썼다.

그는 예비후보 때부터 한 문자메시지 발송 비용이 수천만원이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지만 돈이 부족해 전화 홍보를 포기했다.

대신 간편하고 비용 대비 더 효과적인 문자메시지 발송에 올인하고 있다.

C 후보 측 회계책임자는 “처음 출마를 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문자메지지 발송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충북의 D 후보도 경선 과정에서 문자메시지 발송에만 3천여만원을 써 일찌감치 허리띠를 졸라맸다.

각 당 후보들이 중반을 넘어서는 시점에 일찌감치 돈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는 선거구 획정 지연에 치열하고 긴 당내 경선 기간을 거치며 공천까지 늦어졌기 때문이다.

통상 투표일 1∼2개월 전에 공천이 이뤄진 예전 선거와 달리 이번 총선은 불과 20여 일 전에야 각 당 후보가 결정돼 상대적으로 얼굴을 알릴 기회가 적었다.

당연히 공천을 받기 전까지 지출한 비용이 많았다.

예선에 힘빼고 정작 본선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 것이다.

돈 부족에 시달리는 후보들은 대부분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문자메시지 발송’에 남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문자메시지 비용은 1건당 30원인 전화보다 2∼3원 비싸다. 그러나 다수에게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B 후보 회계책임자는 “서울에서는 하루에 15만건씩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비용으로만 450만원씩 지출하는 후보도 있다”고 귀띔했다.

전화는 1명이 기껏해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종일 걸어봐야 200여 통에 불과하다.

더구나 유권자가 전화를 받아도 대꾸가 없거나 항의하기 일쑤다. 시간을 늘릴 수 있지만 비용도 더 든다.

현행법상 전화 홍보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자신을 알리려면 문자메시지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이들 후보들은 판단하고 있다.

B 후보 측 관계자는 “예전 총선 때 며칠에 한 번씩 보내던 문자메시지를 이번에는 매일 보내고 있다”며 “유권자가 싫어하고, 하루에 2∼3통씩 항의 전화도 오지만 상대 후보의 악의적 공세에 대응하려면 이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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