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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지쥬~”…쿡방 열풍이 단맛 경계심 허물어

“고급지쥬~”…쿡방 열풍이 단맛 경계심 허물어

입력 2016-04-07 11:01
업데이트 2016-04-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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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 즐거움 강조하는 쿡방…‘슈가보이’ 요리연구가 인기

달콤하지만 당뇨·비만엔 ‘독’…식약처, 당류줄이기 캠페인

“그럴싸하쥬~. 고급지쥬~.”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 백종원 씨는 TV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설탕을 음식에 ‘쏴악~’ 넣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다른 요리방송(쿡방)에서도 마찬가지로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넣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요즘 인기를 끄는 이런 쿡방들은 설탕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리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탕 처발라서 팔든, 먹든, 그건 자유다. 욕할 것도 없다. 문제는 방송이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지만, 이미 시청자들에게 설탕에 대한 경계의 빗장은 느슨해진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일 ‘당류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설탕과의 전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청소년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당류 섭취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있다.

사실 전체 한국인의 당류 섭취량은 아직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44.7g으로, 총열량의 8.9%에 해당한다. WHO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가 총열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당류 섭취량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를 젊은 층이 주도한다는 데 있다.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WHO의 당류 섭취권고기준을 벗어난 사람의 비중은 2010년 26.0%에서 2011년 27.0%, 2012년 29.0%, 2013년 34.4%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WHO 권고치를 벗어난 비중은 20대 이하에서 특히 많았다. 19~29세가 47.7%로 가장 높았으며 6~11세 47.6%, 3~5세 45.3%, 12~18세 44.0% 순이었다. 6~11세의 비중은 특히 2010년 30.5%에서 3년 새 증가율이 56.1%나 됐다.

그렇다면 설탕 같은 당류의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단맛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만, 당뇨병이나 비만, 관상동맥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단맛은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세로토닌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과잉 섭취하면 단맛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해 중독으로 이어지고 섭취량은 더 늘어나게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결과를 보면 설탕을 과다 섭취하는 사람은 설탕이 조금 첨가된 음식만 먹는 사람과 비교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배나 높았다.

2010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당분이 첨가된 음료수를 하루에 한두 잔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각각 26%, 20%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3년 기준 6조8천억원이나 된다. 2014년 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당뇨병 고위험군에 속했다.

하지만 단맛의 즐거움에 취해 건강에 대한 위협에는 눈을 감는다면 별 어려움 없이 권장량 이상의 당류를 섭취하기 마련이다. 가령 극장에서 대용량 단맛 팝콘과 음료 두 잔을 성인 두 명이 나눠 먹기만 해도 한 사람이 섭취하는 당류가 최대 65.8g에 이르며 권장량을 초과하게 된다.

식약처가 이날 발표한 당류 저감 종합계획의 핵심 중 하나로 식습관 개선 캠페인을 배치한 것은 대중문화를 통해 확산하는 당류의 유혹에 대해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식약처는 시럽·탄산음료 줄이기 운동을 펼치고 입맛이 형성되는 시기인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당류 줄이기 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당류 줄이기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국민 공통 식생활 지침’을 배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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