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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왓츠앱의 암호화에 권력기관은 긴장하나?

왜 왓츠앱의 암호화에 권력기관은 긴장하나?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4-06 16:53
업데이트 2016-04-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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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억 명 넘는 이용자를 지닌 세계 최대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이 메시지의 완전한 암호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왓츠앱은 5일(현지시간) 해킹 등 사이버 범죄나 수사기관의 감청으로부터 자유로운 암호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 서비스는 아이폰 잠금 해제를 둘러싸고 애플과 미 연방수사국(FBI) 간의 첨예한 갈등이 주목받아온 가운데 나왔다. 지난 2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테러 사건 용의자가 사용한 아이폰의 암호해제를 도우라는 미 정부와 법원의 명령을 거부하면서 불거진 이 사건은 최근 FBI가 애플의 도움없이 암호를 푸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일단락 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왓츠앱이 ‘완벽에 가까운’ 메신저 서비스를 들고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각국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선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신들은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러시아산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는 것을 거론하면서, ‘텔레그램’이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악용돼 온 전례를 상기시켰다. ‘사생활 보호’와 ‘국가 안보’라는 상반된 가치가 평행선을 그리며 논란을 키울 것이란 설명이다.

 이번에 왓츠앱이 내놓은 암호화 서비스는 발신자와 수신자만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종단 간(end-to-end) 방식으로 알려졌다. 왓츠앱 직원들은 물론 FBI 등 수사기관도 관련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다고 BBC 는 설명했다. 왓츠앱의 입장에서도 개인끼리 주고받은 메시지를 수사 기관에 제공해야 하는 부담에서 자유롭게 됐다.

 왓츠앱의 공동 창업자인 막시 마린스파이크는 “일대일 혹은 그룹 간 모든 대화와 메시지, 음성통화는 물론 사진, 영상까지 암호화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과거 특정 스마트폰에서만 구동되던 암호화와 달리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은 물론 노키아나 블랙베리같은 구형 휴대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왓츠앱은 모회사인 페이스북의 지원 아래 3년간 암호화를 준비해 왔다. 최근 18개월간은 화상통화 등 암호화하기 어려운 콘텐츠와 서로 다른 운영체계(OS)를 사용하는 이용자 간에 주고받은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왓츠앱이 메시지 암호화에 박차를 가하도록 자극한 사건은 지난해 ‘파리 테러’였다. 2013년 메시지의 암호화 작업이 닻을 올린 뒤 2014년 궤도에 올랐으나 여전히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이 사건이 터졌다.

 수사 당국은 파리 테러 직후 범죄 수사를 위해 왓츠앱의 메시지를 수시로 들여다 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법원이 애플과 마찬가지로 왓츠앱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소송을 검토했다고 최근 폭로했다.

 왓츠앱의 암호화 논란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벌써부터 각국 정부와 법원이 왓츠앱의 암호화에 주목하는 이유다.

 앞서 FBI와 법원 등 권력기관과 애플이 사생활 보호를 놓고 맞대결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 정보기술(IT)업계는 애플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는 IT업계와 미 정부, 의회, 법원, 공화당 등이 맞대결하는 양상을 띠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 공화당 소속의 상원 정보위원장인 리차드 버 의원이 암호화된 메시지를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조만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차드 버 의원은 지난 2월 애플과 법원의 암호화 해제 논란 속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법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가디언은 미 법무부가 왓츠앱의 암호화와 관련해 논평하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FBI도 마찬가지였다. 페이스북의 한 임원은 최근 자회사인 왓츠앱의 메시지를 수사 당국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브라질 수사 당국에 체포된 상태다.

이 같은 논란은 한국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일부 암호화가 가능한 외국 메신저로 이탈하는 누리꾼들이 늘고 있다. 국내 메신저 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에 대한 대응할지도 관심사다.

 왓츠앱의 공동 창립자인 얀 쿰의 발언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는 “통신의 사생활 보호가 왓츠앱 임직원들의 핵심 가치 중 하나”라며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공산당이 지배하던 옛 소련에 태어나 자라면서 ‘전화 도청을 주의하라’는 어머니의 당부를 들으며 자랐다”면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유 중 하나가 (소련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왓츠앱은 2014년 2월 190억 달러(약 22조원)에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에 인수됐다. 이용자수는 10억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트위터 사용자는 3억 2000만 명, 텔레그램은 1억 명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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