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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찾아온 한국…동남아에 대한 선입견 바꾸고파”

“배움 찾아온 한국…동남아에 대한 선입견 바꾸고파”

입력 2016-04-04 17:30
업데이트 2016-04-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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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대회서 만난 아세안 출신 한국 유학생 모임 임원진 “한국 대학생들은 부지런해 긍정적 자극으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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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임원진
‘주한 아세안 청년 네트워크’ 임원진 아세안 출신 유학생의 모임인 ‘주한 아세안 청년 네트워크(ASEAN Youth Network in Korea?AYNK)’ 임원진. 2016.4.4 [한-아세안센터 제공]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8층 아세안홀.

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의 사무실이 자리한 이곳이 주말을 맞아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한-아세안센터가 마련한 ‘아세안 퀴즈’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이다.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간 교류 사업을 펼쳐온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청년이 교류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했다.

대회에는 한국 대학생과 아세안 출신 유학생이 짝을 이룬 20팀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답이 공개될 때마다 행사장은 환호와 탄성으로 들썩였다. 답을 맞힌 학생들은 함께 손바닥을 마주치며 기뻐했고, 틀린 학생들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열기는 뜨거웠지만, 함께 즐기러 온 이들에게 결과는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이날 행사의 숨은 일꾼은 주한 아세안 청년 네트워크(ASEAN Youth Network in Korea·AYNK). 아세안 출신 유학생으로 구성된 이들은 행사 진행을 맡아 참가자 모집부터 퀴즈 준비까지 발로 뛰었다.

존 아낙 람사이(말레이시아·22) 2대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공부하는 아세안 학생들이 서로 교류하고 관계를 쌓는 다리(bridge)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AYNK는 지난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세안 각국의 유학생회가 모여 탄생했다. 현재 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태국 등 6개국 출신 유학생 2천770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학생회 운영 방식은 각 나라의 가치를 존중하는 아세안의 정신에 맞게 민주적이다.

각국 학생회를 대표하는 6명이 매년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하고, 각 나라 대표가 국가 알파벳 순으로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는다.

부회장인 알이라 드위파야나(인도네시아·20·여) 씨는 “의사소통은 대부분 영어로 하지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뿌리(바하사 말레이어)가 같아 아무래도 좀 더 대화가 잘 통한다”고 소개했다.

임원진의 대부분은 정부 혹은 민간 장학금을 받고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한국을 처음 알게 된 건 K팝과 드라마 등 한류를 통해서였지만, 한국을 배우고 싶은 나라로 만든 건 지난 수십 년간의 고속성장 과정이었다.

총무를 맡은 시르수파 위왓위차(태국·22·여) 씨는 “다른 태국인처럼 나도 한류를 통해서 한국을 알게 됐지만 알면 알수록 한국은 한류 이상의 힘을 가진 나라”라며 “한국전쟁 직후 동남아보다 뒤처졌던 한국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말했다.

동국대에서 건설환경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지프 멘도사(필리핀·29) 씨는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모델”이라며 “특히 건설 분야에서 한국은 배울 것이 많은 나라”라고 설명했다.

한국 문화가 아직 낯선 이들에게 유학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다. 한국어가 서툴다 보니 한국 학생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대외협력 담당 소메이 림(캄보디아·20·여) 씨는 “한국 학생들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경쟁적이라 좋은 자극이 된다”고 밝혔다.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드위파야나 부회장은 “한국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다”며 “유학을 오기 전에는 한국이 국제적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 아직은 생각보다 개방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배움도 중요하지만, 아세안을 올바로 알리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동남아시아를 낙후한 이미지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변화하는 아세안의 모습을 전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존 아낙 람사이 회장은 “고정관념은 어디나 존재한다”며 “사람들이 내 나라를 궁금해할 때마다 그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직접 알려줄 수 있어 기쁘다”고 밝게 웃었다.

위왓위차 씨는 “아세안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해하고, 바꾸려고 노력한다”면서 “특히 젊은 세대가 아세안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서로 많이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지난해부터 한-아세안센터와 함께 열어온 ‘아세안 청년 문화교류의 밤’은 이런 노력의 일부다. 올해는 ‘아세안 퀴즈’를 시작으로 6월 ‘아세안 토크’, 8월 ‘아세안 영상제’, 12월 ‘아세안 청년 송년의 밤’을 개최할 예정이다. 유학생의 모임으로 출발했지만, SNS 등을 통해 한국 대학생의 참여도 늘려갈 방침이다.

드위파야나 부회장은 “앞으로 한국 대학생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한국과 아세안 관계에서 경제적인 면이 많이 부각했는데 앞으로 문화·교육 등의 분야에서 교류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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