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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시 공모전’ 수상작 세로로 읽어보니…“민족반역자”

‘이승만 시 공모전’ 수상작 세로로 읽어보니…“민족반역자”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4-04 11:27
업데이트 2016-04-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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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성향의 보수 단체인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을 비판하는 내용을 몰래 담은 시가 입선작에 당선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시가 알고 보니 이른바 ‘세로드립’(글의 첫 자를 세로로 읽었을 때 숨은 뜻이 있는 것)으로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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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 장충동 자유총연맹 건물 앞에서 이승만 동상 제막식을 둘러싸고 벌어진 보수와 진보의 충돌. 그가 자유주의자였는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 8월 서울 장충동 자유총연맹 건물 앞에서 이승만 동상 제막식을 둘러싸고 벌어진 보수와 진보의 충돌. 그가 자유주의자였는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자유경제원이 공개한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 수상작품집‘에는 ‘우남찬가’라는 제목의 시가 입선작 8편 가운데 하나로 등재되어 있다. 4일 오전 이 작품은 수상집 목록에서 삭제되어 있다. 자유경제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해 평균 20억원 상당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단체로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장은 보수 논객 복거일 작가다.

우남찬가

송이 푸른 꽃이 기지개를 펴고
대편 윗동네로 꽃가루를 날리네
중에 부는 바람은 남쪽에서 왔건만
란하게 회오리쳐 하늘길을 어지럽혀
사의 유산, 겨레의 의지를 모욕하는구나

족의 안녕은 작은 즐거움이요
국의 영화는 큰 즐거움이니
간된 도리가 무엇이겠느냐
사로운 꾀로는 내 배를 불리지만
매한 지략은 국민을 배불린다.
문에 오른 그분은 가슴에 오로지
족번영만을 품고 계셨으리라
함을 모르는 그의 열정은
대편 윗동네도 모르는 바 아니리
사가 가슴치며 통곡을 하는구나
유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고

줌 용기의 불꽃을 흩뿌려
산 사방의 애국심을 타오르게 했던
부진 음성과 부드러운 눈빛의 지도자
승만 대통령 우리의 국부여
력배 공산당의 붉은 마수를
란 기백으로 막아낸 당신

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려진 이땅의 마지막 희망으로
민군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니
리어 두만강까지 밀고 들어가
국의 판세를 뒤엎고 솟아올라
유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으셨다.

국과 침탈의 원통함이여
운이 어지러워 한치앞을 모르던
세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고
군 황제의 묘앞에서 맹세하길
실하고 찬란한 한민족의 나라
민이 자부심을 갖는 민주국가를 세우리라.

아라, 새싹들아. 그의 발자취를
와라, 청년들아. 그 가치의 보존을
습하라, 장년들아. 그 걸림없던 추진을
위롭게 솟구친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이자 독립열사였던 이승만 선생의 역사이니
아라, 그대여. 이 자랑스런 나라에.

’우남찬가‘는 언뜻 보기에 이 전 대통령을 ’우리의 국부'로 칭하며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망국의 판세를 뒤엎고 솟아올라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으셨다” 등 이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시의 각 문장 첫 글자만 따서 세로로 읽으면, 내용은 달라진다.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이라는 글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 루리웹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입선 상장 사진을 올리며 “몇 달 전 이승만 시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시를 써서 유머 게시판에 올렸더니 반응이 좋았다”며 “그래서 (공모전에) 냈더니 입선. 상금 10만원으로 여친이랑 고기 먹었다”고 썼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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