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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작은’ 거짓말은 팍팍한 삶의 활력소”

“만우절 ‘작은’ 거짓말은 팍팍한 삶의 활력소”

입력 2016-04-01 13:40
업데이트 2016-04-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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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발신번호표시 등으로 장난·허위신고 줄어

“백화점에 폭탄을 설치했다”

2007년 4월 1일 오후 1시45분 서울경찰청은 40대 남성이 걸어온 한통의 전화에 아연실색했다. 경찰관과 소방관 등 100여명을 동원해 2시간 40분간 백화점 내부 등을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발견하지 못했다.

같은날 오후 11시 10분께 서울 영등포경찰서도 “방송국을 폭파하겠다”는 한통의 전화로 비상이 걸렸다. 경찰관 과 소방관, 군인 등 60여명이 방송국 건물을 샅샅이 뒤졌지만 허탕쳤다.

모두 장난(허위)신고로 판명됐다. ‘만우절’ 거짓말에 경찰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16세기 프랑스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만우절(萬愚節)은 청나라 때인 1766년 문어체 괴이(怪異) 소설집인 요재지이(聊齋志異)를 통해 우리나라에 전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국내외는 물론 사회,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매년 4월 1일은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가 하면, 한바탕 소동을 일으켜 큰 낭비를 초래하기도 한다.

16년전 4월 1일 필리핀에서는 ‘대통령 축출 쿠데타설’이 돌았고, 싱가포르 일간지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4개국이 2010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유치할 계획’이란 만우절 기사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11년전 만우절에는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당에 봉사한다는 의미로 한나라당 중앙위 의장을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자들 뿐 아니라, 전여옥 대변인과 나경원 의원 등이 발표내용을 받아 적었지만 강 대표가 ‘아, 오늘 만우절이구나’라고 실토하면서 한바탕 웃음으로 끝났다.

매년 만우절 거짓신고로 행정력 낭비 등이 심해지자 국내에서는 2004년 허위신고에 대한 과태료(200만원) 처분이 시작됐다.

이후 전화 위치추적, 발신번호 표시 등이 가능해지면서 허위 및 장난신고는 급격히 줄었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만우절 112로 걸려 온 허위신고는 2012년 37건에서 2013년 31건, 2014년 6건에 이어 지난해 5건까지 줄었다.

이날 오전 경찰에 접수된 허위신고는 2건이다.

허위·거짓 신고라는 그늘이 있지만 만우절이 팍팍한 삶에 여유를 갖게 해주는 일종의 ‘활력소’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은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거짓말은 유머가 된다”며 “유머를 잃어가는 현실에서 만우절은 사회에 휴식과 웃음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물질적·심리적 피해를 주지 않는 거짓말은 위트나 유머로 수용할 수 있다”며 거짓말을 해도 용서받는 날인 만우절은 바쁘고 지친 이 시대의 새로운 ‘세시풍속’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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