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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같은 듯 다른 ‘평화협정’ 카드… 남·북·미·중 출구전략 찾을까

[뉴스 분석] 같은 듯 다른 ‘평화협정’ 카드… 남·북·미·중 출구전략 찾을까

강병철 기자
입력 2016-02-29 23:50
업데이트 2016-03-0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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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亞 재균형전략’ 약화 포석
北은 핵보유국 지위 보장 노려
비핵화 무게 韓·美, 다소 입장차

미·중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합의를 즈음해 재등장한 평화협정 주장이 계속해서 동북아 외교가를 맴돌고 있다. 안보리 결의가 임박하며 중국이 제재 국면 이후 ‘출구 전략’ 차원에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카드를 꾸준히 들이미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한·미와 북·중이 이에 대해 같은 듯 또 조금씩 다른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추후 이들의 입장이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

최근 평화협정 주장은 중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중국은 지난 17일 왕이 외교부장이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래 여러 계기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방한 중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9일 윤병세 외교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전날에 이어 이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국의 주장은 북한에 동조한 면이 강하지만 또 다소 결이 다르다. 중국은 6자 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또 평화협정을 통해 미국을 견제한다는 의도가 짙다. 평화협정에는 주한미군 철수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반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천명한 북한은 평화협정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는 물론 ‘핵보유국’ 지위를 보장받으려는 심산이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미국이 계속 부당한 조건을 내세워 평화협정 체결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일 체제의 북한은 평화체제와 비핵화의 동시 이행을 주장했지만 김정은은 핵보유를 전제로 군비 경쟁 축소를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모든 대화는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까지 감행한 상황에 사실상 남북 대화의 가능성은 전무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와 입장을 같이했던 미국이 최근 미묘한 입장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 북한과 비공식 평화협정 교섭을 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비핵화 의제를 포함하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화협정을 강조한 중국과 달리 비핵화에 무게를 둔 것이지만 우리 정부와도 다소 입장 차가 나타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평화협정에 대한 이 같은 이견들이 조율되는 과정에 제재 국면 이후 출구전략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이 강조점은 다르지만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공히 언급한 데서 볼 때 ‘물밑 교감’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외교적 수사’일 수 있지만 3월 말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 채널 대화가 이뤄지면 방안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는 지속적으로 제재를 한다는 것이지만 미·중이 출구전략 차원에서 동시에 평화협정을 부각시키면 언젠가는 대화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외교안보 당국의 보다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6-03-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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