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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성과주의 바람…보수적 금융권 문화 바뀌나

거세지는 성과주의 바람…보수적 금융권 문화 바뀌나

입력 2016-02-01 10:24
업데이트 2016-02-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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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성과연봉제 비중 확대 vs 노조는 거세게 반발

정부가 금융 공공기관에 성과 중심주의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선진국에 견줘 뒤처진 금융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성과주의 도입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거세고 성과주의에 따른 문제점도 적잖게 지적돼 정부 ‘개혁안’이 현실화하기까지는 갈길이 먼 상황이다.

◇ 금융권 임금체계 확 바뀐다…성과연봉제 비중 7.6%→68.1%로

금융위원회가 금융 공공기관에 한층 강도가 높은 성과중심 문화를 도입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금융권의 보수주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보상이 성과보다는 직급이나 호봉에 따라 좌우되다 보니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형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와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은행의 수익성은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성과와 연동된 임금체계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산업의 호봉제 도입 비율은 91.8%로 전체 산업(60.2%)보다 높은 편이다.

수익성 하락에 시달리는 시중은행들도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성과주의 임금체계로 전환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금융위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9개 금융 공공기관에 우선 도입하려는 성과중심 문화는 임금체계뿐만 아니라 평가·교육·인사·영업방식 등 전반적인 분야에 걸쳐 있다.

우선 보수체계에서 최하위 직급(통상 5급)과 기능직을 제외한 전 직원에 호봉제가 폐지되고 성과연봉제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는 직원 비중은 현재 7.6%에서 68.1%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승진 등 인사운영에도 개인 성과가 철저히 연계되며 직원 교육 및 영업형태에도 성과주의 문화가 적용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일 9개 공공기관 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성과중심 문화는 반드시 가야하고 또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라는 점을 확신해야 한다”며 “일하지 않아도, 전문성이 없어도 똑같은 대우를 받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노사 합의 추진이 관건 될 듯

임금 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정부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노사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도 이를 인식해 다양한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노조의 반발이 격해 노사가 성과주의라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정부는 노사 협의가 필요한 과제는 사측과 함께 노조 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성과주의 도입의 어려움으로 노조 측에서 주로 지적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뿐만 아니라 직원 참여 절차를 보장해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직무분석이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정 신설 등 법률상 노사합의가 필요하지 않은 과제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이른 시일 내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 노조는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계획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성과주의와 관련해 정부와는 협상하지 않겠다는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안은 노동조합에 대한 설득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있다”며 “성과주의 관련해 정비된 부분이 전혀 없는데 이걸 올해부터 적용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입장은 공공 금융기관에 대한 예산을 정부가 쥐고 있으니 노조의 목을 졸라 성과주의를 밀어부치겠다는 오만한 발상에 근거한다”며 “그런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성과주의는 근로조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끝까지 반대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금융노조는 6개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경영인센티브 인건비’ 제도 도입과 관련해 “임금체계는 노사 자율로 결정할 문제이지 국가가 개입하고 통제할 권리가 없다”며 “성과연봉제 확대를 거부하고 초법적 임금통제를 분쇄하기 위해 총력투쟁해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사의 첨예한 갈등 외에도 성과주의의 확산으로 현장에서 여러 문제가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성과에 대한 측정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은행권 업무가 팀이나 부별로 협업하는 과정이 많기 때문에 팀과 개인성과를 자로잰 듯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예·적금 수신이나 대출 등 단순한 계량적 지표가 아닌 고객만족도 평가 등 고객 위주의 지표와 질적 지표 등을 중시하면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인간의 경쟁이 촉진되면서 성과를 부풀리고자 불완전 판매가 성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감시 장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도록 유인하고 금융개혁 차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 금융권 성과주의 정착, 이미 시작됐다

이미 시중은행에서는 성과주의를 확산하기 위한 움직임이 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성과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당장 도입이 어렵지만, 사측에서 어느 정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의 영역에서 최근 주목할 움직임이 연달아 나타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17일 창립 이래 처음으로 탁월한 영업성적을 거둔 행원급 직원 6명을 책임자급(과·차장)으로 특별승진시키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어 신한은행에서도 같은 달 24일 종합업적 평가대회에서 역대 최대규모인 8명을 특별승진시켰다.

신한은행은 이어진 정기인사에서 지점장 승진자 130여명 가운데 90여명을 40대로 발탁했다.

지난해 40대 지점장 승진자가 100여명 중 40여명(전체의 약 40%)이었던 데 비해 올해 승진자는 70%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수협은행도 1월 27일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특별승진과 호봉승급을 시행하고, 우수 부지점장을 지점장으로 발령하는 ‘마케팅형 부지점장’ 제도를 기존 26명에서 3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씨티은행은 성과주의 확산이라는 명분 하에 소비자금융 부문의 본점 부서장 일부를 전문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사측은 성과주의 확산이 위기의 은행산업에 생산성과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이 될 수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연봉제의 도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이 당장 직원들에게는 손해로 느껴질 수 있지만, 정년이 연장돼 인사 적체가 심해질 것을 생각한다면 호봉제를 유지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갈 곳이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며 “성과주의가 확산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고, 그래야 은행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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