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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도 잃었는데” 체불임금에 두번 우는 근로자들

“일자리도 잃었는데” 체불임금에 두번 우는 근로자들

입력 2016-01-31 10:59
업데이트 2016-01-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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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막막’…영세사업장이 절반 넘어 해결 어려워

전국 건설현장을 떠돌며 40여년간 미장이로 살아온 이모(68)씨는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다.

설이 코앞인데 경기 침체로 건설경기가 얼어붙어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새벽 추위를 이겨내고 인력사무소에 앉아있어도 허탕치는 날이 다반사다.

지난해 9월, 그나마 일자리를 구해 충북 괴산의 한 전원주택 건설 현장에서 2주간 일했지만, 여태 밀린 임금 15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자는 전화를 피하거나 나중에 돈을 준다는 말로 둘러댈뿐 지급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자신을 믿고 함께 현장에 간 동료 2명까지 돈을 떼이자 더욱 마음이 심란했다.

다른 현장에 나가도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에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몇 달간 속으로 끙끙 앓던 이씨는 결국 지난 26일 고용노동지청 청주지청에 건설회사를 신고했다.

이씨는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건설근로자 처지에서는 몇만 원도 아쉽다”며 “정당하게 일했는데 왜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건지 분통이 터진다”며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당국을 쫓아다니며 구제 요청을 하는 것도 이제는 지친다”며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이씨처럼 충북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총 8천498명으로, 2014년 7천430명보다 14.3%(1천68명) 증가했다.

체불임금 증가 폭은 훨씬 커 작년 한해 364억3천200만원에 달해 1년전인 2014년보다 무려 35.6%(95억7천200만원) 늘었다.

근로자 6천698명이 263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2013년 이후 3년 연속 증가 추세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오권영 감독관은 “하루에도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십명이 고용지청을 찾는다”며 “체불 사례 대부분이 경기침체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영세사업장”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체불임금이 발생한 도내 3천365곳의 사업장 가운데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은 58.4%(1천967곳)에 달했다.

5∼30인 내 규모가 32.2%(1천85곳), 30∼100인 내 규모가 7%(237곳), 100∼300인 내 규모가 1.75%(59곳), 300∼500인 내 규모가 0.32%(11곳), 500인 이상 규모가 0.14%(5곳), 미상 0.02%(1곳) 등의 순이었다.

업종도 경기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도소매·음식숙박업이 849곳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 846곳, 건설업 760곳이 뒤를 이었다.

체불임금으로 고통받는 근로자들의 원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악덕 체불업자들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은 설 명절 직전인 다음 달 5일까지를 ‘체불임금 청산 집중 지도기간’으로 정하고 전담반을 구성했다.

체불임금을 원칙적으로 1개월내에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되 관련 소송이 발생할 때 근로자에 대한 법률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업주에 대해서는 임금체불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하지만 고의·상습 체불 사업주에게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구속수사 등으로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임금체불이 범죄행위라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성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는 “체불임금 문제가 반복되면서 근로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상습적,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해 엄격한 사법적 조치를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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