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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식 법령 개정으로 성폭력 범죄 처벌규정 불균형”

“땜질식 법령 개정으로 성폭력 범죄 처벌규정 불균형”

입력 2016-01-31 10:08
업데이트 2016-01-3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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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서 수사 강의하는 장응혁 경감, 고려대 박사학위 논문서 지적“대형사건 발생 때 응급조치식으로 법령 개정해 불균형 초래”

현행법상 성폭력 범죄의 처벌규정이 범죄별로 균형이 맞지 않고 장애인이나 청소년을 역차별하는 모순도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1일 고려대에 따르면 현직 경찰관(경감)인 이 학교 법학과 대학원 과정 장응혁씨는 박사학위 논문 ‘성폭력 범죄와 피해자 조사’에서 성폭력 범죄의 법정형에 심각한 불균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강간의 경우 친족관계에서의 강간 법정형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강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아동에 대한 범죄를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강제추행은 친족관계에서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만을 규정하고 있고,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형과 함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규정하고 있어 거꾸로 친족관계에서의 범죄를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경찰대에서 수사 과목을 강의하는 장씨는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가장 중하고 기본적인 범죄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전체 성폭력 범죄를 재정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친족에 의한 아동 성폭력 범죄는 혈연이라는 관계보다는 아동이라는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를 이용해서 발생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장씨는 친족 성폭력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함께 거주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엄히 처벌하고 있지만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다른 성범죄에 대해서는 오히려 약하게 처벌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폭력’의 경우는 친족 범죄와 비슷하게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상사가 가해자인 경우이지만 다른 성폭력 범죄에 비해 법정형이 낮아 실효성이 적다는 것이다.

19세 이상의 성인이 장애 아동·청소년을 간음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도 지나친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장씨는 “장애인이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폭행이나 협박, 위계 등의 입증이 잘 안 돼 처벌하기 어려웠던 문제점을 고려해 입법됐다고 하더라도 성인이 장애인이나 청소년과 사랑하는 감정으로 동의하에 성관계해도 처벌하게 되는 모순이 있으며, 이는 약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에 이와 같은 불균형이 있는 것은 성폭력 관련 법이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사안에 응급조치 식으로 개정돼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도가니’로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이 화제가 되자 장애인 관련 성폭력 범죄의 형량을 높이고,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 아동 대상 범죄의 법정형을 강화하는 등 법령에 땜질식 처방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는 아동·청소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 “본보기식 처벌강화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보호·감독 관계를 악용하는 행위 전체를 중대한 범죄로 규정해 사회 전체의 인식을 바꾸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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