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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한파] 제주공항서 1천여명 밤 지새 ‘노숙 아닌 노숙’

[최강한파] 제주공항서 1천여명 밤 지새 ‘노숙 아닌 노숙’

입력 2016-01-24 10:38
업데이트 2016-01-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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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상자나 신문지 펴고 쪽잠…운항중단 연장에 ‘한숨’

“비행편이 끊기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 아픈 어머니 모시고 제주공항에서 노숙 아닌 노숙을 했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는 타지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갇혔습니다. 항공사에서 결항 안내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어요.”

한파와 강풍으로 제주공항에 결항사태가 빚어진 23일 오후 공항을 빠져나가지 못한 체류객들이 여객터미널에서 종이상자를 펴고 잠을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파와 강풍으로 제주공항에 결항사태가 빚어진 23일 오후 공항을 빠져나가지 못한 체류객들이 여객터미널에서 종이상자를 펴고 잠을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 기록적인 한파가 23일부터 몰아쳐 제주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체류객 1천여명이 24일 아침까지 하룻밤을 지새웠다.

모두 24일 항공편이 정상화되기를 바랐으나 폭설에다 강풍으로 제주공항 운항 중단이 낮 12시까지 연장되면서 여기저기서 실망감을 토로하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이들 대부분은 제주공항 근처에 숙박업소를 잡지 못해 교통편이 있어도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었다. 다른 일부는 24일 오전 항공편 운항이 재개된다면 항공권을 먼저 구하려는 희망을 품고 항공사의 발권 데스크 근처를 떠나지 않고 잠을 청했다.

잠은 종이 상자나 신문지를 펴 그 위에서 쪽잠을 잤다.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이들은 맨바닥에 웅크리고 눕기도 했다. 공항공사에서 담요 800여 장을 준비했으나 체류객이 워낙 많아 모두 담요를 이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밤늦게부터 동이 틀 때까지 음식점과 편의점이 문을 닫고 교통편도 완전히 끊긴 데다 도심지에도 폭설이 내려 이들 체류객은 공항에서 고립상태로 있었다.

5∼6세 어린이부터 70∼8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1천여명 모두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

관광객 양모(49·여)씨는 가족 9명과 함께 제주공항 여객터미널 2층에 종이 상자를 펴고 잠을 잤다. 친정어머니(75)는 허리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당초 진에어 항공편으로 전날 오후 3시 5분 김포로 갈 예정이었으나 한파에 활주로가 미끄러워 항공기가 뜨지 못했다.

양씨는 “어머니가 누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종이 상자라도 찾았지만 수하물센터에서 1만원에 사가라고 했다. 그래서 5만원 주고 다섯 장을 샀다”며 “노숙자 아닌 노숙자 신세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제주도에선 체류객을 위해 숙소를 마련해준다고 했지만 정착 항공사는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며 오는 25일 항공편만 예약해주고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여기저기 숙소를 알아봤지만 모든 방이 꽉 차 예약을 받는 곳이 없었다.

에어부산으로 전날 오후 김해공항으로 가려던 김모(37)씨는 아내(36)와 딸 2명(9·7)과 함께 “제주공항에서 갇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항공사가 숙소를 마련해주지 않았으며 공항공사와 제주도에서 소개해준 숙소도 더이상 방이 없다고 했다.

제주공항을 빠져나가려고 해도 다른 체류객들이 너무 많아서 교통편을 탈 자리조차 없었다.

김씨는 “제주에 아는 사람이 없어 막막하다”며 “어린 딸들이 힘들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백모(22·여)씨는 전날 오전 11시 30분 김해로 가는 에어부산 항공기에 탑승했다가 5시간이나 항공기 안에서 기다렸다.

백씨는 “승무원이 ‘눈이 많이 와서 이륙을 못한다. 기다려달라’는 말만 하다가 항의하는 승객이 많아지자 나중에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항공기는 이륙하지 않았고, 100여명의 승객은 내렸다.

백씨는 친구 2명과 함께 도로 여객터미널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예약하려고 다시 1시간 이상 줄을 서며 기다려야 했다.

그는 “숙소를 마련해도 제주공항 밖에는 눈이 많이 오는데다 교통편도 부족해 나갈 방법이 없는데 어쩔 수 없다”며 터미널 한쪽에서 밤을 새웠다.

체류객 중에는 중국인 등 외국인들도 상당수 있었으나 통역인이 4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들 외국인은 밤사이 공항공사에서 한국어로만 숙박업소 제공 등의 안내 방송을 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안내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공항은 7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로 활주로에 눈이 쌓이고 강한 바람도 불어 23일 출·도착 항공편 296편이 결항하고 122편이 지연운항했다. 제주공항 활주로는 24일 낮 12까지 운영이 중단됐다.

공항 내 체류객은 전날 오후 8시 6천여명에 달했으나 대중교통편이나 제주도가 제공한 40여대의 전세버스로 5천여명이 제주시내 숙소 등지로 이동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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