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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에 가렸던 74세 노정객 샌더스에 ‘벼락 스포트라이트’

힐러리에 가렸던 74세 노정객 샌더스에 ‘벼락 스포트라이트’

입력 2016-01-20 07:37
업데이트 2016-01-2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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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현상 왜 놓쳤나” 주류언론 자성…지지자들 “언론, 통념 얽매여 현실 무시”

“주류 언론은 왜 버니 샌더스 현상을 놓쳤는가?”

미국 대선 첫 승부처인 2월1일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를 13일 앞두고 민주당 샌더스 의원이 아이오와·뉴햄프셔 주 등 경선 첫 2개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역전하는 ‘이변’이 연출되면서 ‘샌더스 현상’을 평가절하해온 주류 언론에 대한 자성과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CNN은 19일(현지시간) “샌더스 의원에게 새로운 현실이 펼쳐졌다. 언론이 이제 그를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미 북동부 버몬트 주 출신의 74세 노정객이 지난해 5월 선거운동에 뛰어든 이래 8개월간 주류 언론은 사실상 그의 움직임을 외면했다. 학자나 평론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샌더스 캠프의 책임자인 제프 위버는 CNN에 “유권자들의 지지에 합당한 언론 취재를 받지 못했다”며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의 유세에는 많은 군중들이 몰렸다. 열광적 자원봉사자들이 쇄도했다. 클린턴 전 장관에는 못미쳤지만, 지난해 샌더스 캠프에는 230만 달러의 ‘풀뿌리 후원금’이 몰렸다.

2주 전 아이오와·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꺾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샌더스 지지자와 후원자, 진보 언론이 지난 8개월 동안 알고 있었던 현상을 주류 언론이 뒤늦게 쫓기 시작한 것.

CNN은 “많은 평론가와 기자들이 통념에 젖어 현실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통념’은 클린턴 전 장관이 별다른 어려움없이 결국 후보로 지명될 것이라는 관습적 믿음을 말한다.

굳이 경쟁자라고 한다면 조 바이든 부통령 정도인데 그는 클린턴 전 장관의 기세에 눌려 진작 출마를 포기했다. ‘힐러리 대(對) 힐러리’의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언론인인 에이프릴 라이언은 “샌더스 의원이 조그만 주의 늙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그에게 진지한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적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샌더스 의원의 출마선언시 주류언론이 쓴 프로필.

워싱턴포스트는 “대선 후보 같지 않음. 히피였던 70대 사회주의자. 진보적인 버몬트 출신. 심한 브루클린 사투리의 소유자. 구겨진 양복을 입은 백발의 고수머리. 미국을 장악한 억만장자에 격분”이라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출마선언을 21면에 실었다.

유세에서 샌더스가 수천 명, 수만 명의 지지자를 불러모으자 언론도 이러한 사실을 전하기는 했다.

하지만 전제가 달렸다. “샌더스의 고향이니까” “뉴햄프셔는 버몬트 바로 옆 주여서” “북동벨트 지역은 샌더스를 좋아하니까” “덴버는 진보적 고장이니까” 등 언론은 무수한 설명을 붙였다.

그러니 독자는 주류 언론만 봐서는 아이오와·뉴햄프셔 주에서 그의 돌풍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지자인 조나단 태시니는 CNN에 “언론의 직업적 실패”라며 “너무 많은 언론인이 관습과 기득권적 사고에 얽매였다”며 “그러니 실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고 지적했다.

한 베테랑 기자도 “언론은 극좌파에 대한 본능적 편견이 있다”며 “언론에서 울트라 진보주의자들은 진지하게 대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른바 ‘힐러리 변수’도 ‘샌더스 현상’을 가린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많은 민주당 정치평론가와 전략가 등이 클린턴 전 장관과 직간접 관계를 맺고 있어 이들의 분석이 ‘친(親) 힐러리’ 성향을 띠었다는 것.

특히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 포기를 선언하자 워싱턴 정가의 관심은 일방적으로 클린턴 전 장관에게 쏠렸다.

언론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 경선에만 쏠린 것도 샌더스 의원을 소외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의 질주와 기성 정치권의 두려움과 놀라움 등이 겹쳐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 대한 관심 자체를 앗아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ABC 뉴스가 특정 시점의 보도를 조사한 결과, 트럼프에 대한 보도의 양이 총 81분에 달했던 반면 샌더스 의원에 대한 보도는 20초에 그쳤다.

샌더스 캠프는 이제는 주류 언론의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이라는 달라진 현실에 당혹해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주류 언론은 샌더스 의원이 아이오와·뉴햄프셔 주에서 승리하더라도 최종 승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백인 계층에 기반을 둔 진보주의자에게는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표의 확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CNN은 “이제는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지명될지 여부가 포인트가 아니다”라며 “언론이 줄곧 무시해온 74세의 ‘민주적 사회주의자’가 엄청난 경험과 자금을 보유하고, 민주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정치 거물 힐러리를 위협하고 있는게 포인트”라고 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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