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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정절벽 협상 타결] 과제 남아…여야대립 우려

[미국 재정절벽 협상 타결] 과제 남아…여야대립 우려

입력 2013-01-01 00:00
업데이트 2013-01-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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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극적인 타협으로 미국이 재정 절벽(Fiscal Cliffㆍ감세 혜택 종료와 정부지출 삭감으로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으로 떨어지는 것은 막았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와 의회 간의 대립은 계속될 전망이다.

백악관ㆍ민주당을 대표한 조 바이든 부통령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야당) 상원 원내대표가 협상 시한(구랍 31일 자정)을 불과 두어 시간 앞두고 중산층 이하 감세와 고소득층 증세 등에 합의하면서 간신히 타협안이 도출됐다.

이 합의가 없으면 새해 1월 1일(현지시간)부터 중산층을 포함한 모든 소득계층이 각종 세금이 오르고 공제 혜택이 줄어 가구당 연간 3천400달러(약 363만원) 이상을 더 내야 하는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여야가 전체 국민의 98% 이상에 해당하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감세 조치를 연장하지 않고서는 여론의 비난 화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2014년 중간선거(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르는 상ㆍ하원 선거)와 2016년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행정부와 의회가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민생을 도외시한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모른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번 타결은 균형예산 달성을 위한 연방정부 지출 삭감 세부안과 연방부채 한도 증액 등 감세 만큼이나 중요한 사안들을 미결로 남겨둠으로써, 오는 1월 3일 출범하는 새 의회와 1월 20일 시작되는 오바마 2기 행정부 간의 힘겨루기가 다시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타결사항= 1월 1일부터 부부 합산(가구당) 연소득 45만달러(개인 40만달러) 이상에 한해 소득세율이 현행 35%에서 39.6%로 오른다. 그 이하 소득계층은 현행 세율(10∼35%)이 그대로 적용된다. 연소득 45만달러(약 4억8천만원) 이상 가구는 전체가구의 약 1%에 해당한다.

가구당 연소득 45만달러(개인 40만달러) 이상이면 자본이득세와 배당소득세가 각각 15%에서 20%로 인상되고 가구당 연소득 30만달러(개인 25만달러) 이상이면 항목별 공제와 가족수에 따른 인적 공제(PEP and Peace) 등 여러 감세 혜택이 줄어든다.

상속세는 과세 대상을 현행처럼 500만달러(약 53억원)로 하되 이를 초과하는 자산(재산)에 대해선 세율이 35%에서 40%로 상향조정된다.

이들 소득ㆍ투자수익ㆍ상속 세율은 영구적으로 적용된다. 새로 정한 최고 소득세율과 투자수익 세율 등은 조지 W 부시 전임 행정부 시절에서 빌 클린턴 시절로 돌아감을 뜻한다.

이밖에 73주간 지급하는 장기실업수당이 1년 더 연장돼 200만명의 실직자가 생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주로 중산층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부양자녀ㆍ근로장려ㆍ교육비 세액공제 혜택 기간도 5년 더 늘어났다.

연구ㆍ실험 및 생산장려 세액공제(PTC)와 같은 기업 감세 조치도 1년 더 연장됐고,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의사에 대한 진료비 지원비의 27% 삭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모든 소득계층에 대한 급여소득세(payroll taxㆍ사회복지 재원 조달용) 2% 공제는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종료됐으며, 통상 특례ㆍ감면으로 세금 공제액이 많거나 조세 피난처를 활용해 납세액이 없는 부유층에 적용되는 대체최저한도세(AMT)도 유예 기간이 연장되지 않아 일정 소득 이상 계층을 대상으로 부과된다.

1일 새벽(미 동부시간) 상원 본회의를 89 대 8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한 157쪽 분량의 합의안은 하원으로 넘겨졌으나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법안 검토 등을 이유로 2일이나 3일 정오(현 의회 임기) 이전 표결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원 정원 100명(민주 53명, 공화 47명) 중 공화당 의원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져 합의안이 하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만에 하나 하원이 수정안을 내면 다시 상원에서 처리해야 한다.

◇ 스몰딜(small deal)= 앞의 조치들을 모두 취합하면 신규 세수입(稅收)은 향후 10년간 약 6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수십년 만의 최대 증세라고 전했다.

그러나 애초 백악관이 공화당에 제안한 증세 수입 1조2천억달러의 절반에 그쳤고, 타협이 안 돼 모든 감세 조치가 종료되면 세수로 잡힐 수 있었던 것에는 20%에도 못 미친다.

이는 세수 논쟁이 1월부터는 세율에서 세금우대(감세)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더 확보하려고 부유층의 감면 혜택 축소 등을 통한 세수 증대에 적극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화당이 강하게 반발할 건 보지 않아도 뻔하다.

또 연방정부 지출 자동삭감(시퀘스터.sequester)도 2개월만 늦추기로 해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의회의 연장 조치가 없으면 지난해 8월 연방부채 한도를 증액하면서 의회가 균형예산 달성 목적으로 통과시킨 예산통제법(BCA)에 따라 1월 2일부터는 국방예산 550억달러, 일반예산 550억달러 등 연간 1천100억달러 규모의 정부지출이 자동삭감(강제조정)된다.

이럴 경우 군장비 구매ㆍ식품 검사 등 각종 연방프로그램(사업)과 군(軍)채용 민간인ㆍ항공관제사ㆍ교통안전요원 등 연방인력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

‘작은 정부’를 외쳐온 공화당이 이번 협상에서 총력을 다해 정부지출 대폭 삭감 세부안을 마련하려 했지만 민주당이 당의 정체성을 뒤흔들 우려가 있는 사회보장성 예산 감축에 완강히 반대해 메디케어 수혜 연령 상향조정(65세→67세) 등 대부분 쟁점을 해소하지 못했다. 정쟁의 또 다른 불씨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연방부채마저 지난 31일로 법정 한도인 16조3천940억달러를 초과함으로써 미국이 사상 초유의 국가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상ㆍ하원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이날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를 부채발행 유예기간(DISP)으로 설정하고 주요 연방기금 투자 중단 등 정부 재량의 비상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렇게 하면 월 1천억달러씩 2천억달러의 여유분이 생겨 두 달은 버틸 수 있으나 그때까지 한도 증액이 되지 않으면 디폴트 사태에 빠지고 국제신용등급이 강등돼 세계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미 주요 언론매체가 이번 합의를 그랜드바겐(일괄타결)이나 빅딜(Big deal)이 아닌 일단 위기를 모면하려 ‘가장 기본적인 것만 타결지은(stripped-down)’ 스몰딜로 간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승리자는= 대선 이후 거의 두 달간의 정쟁 끝에 이뤄진 스몰딜이라도 승자와 패자는 갈리게 마련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처음 목표치보단 미흡하지만 어쨌든 부자 증세(고소득층 소득세ㆍ상속세율 인상)를 실현함으로써 선거공약을 이행했다. 거기에 장기실업수당 연장과 경기부양책으로 2009년 도입한 중산층 이하 세액공제 유지도 챙겼다.

이 모든 사안은 공화당이 투자 위축에 따른 고용 축소 방지와 연방적자 감축을 위해 격렬히 저항했던 것들이었다.

특히 세금 인상은 지난 20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공화당이 굳게 지켜온 당의 이념을 훼손하고 고정 지지층의 반감을 살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었다는 점에서 일단 오바마ㆍ민주당의 판정승으로 볼 수 있다.

WSJ는 민주당이 부자 증세로 세법을 더 진보적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상당히 이루고 앞으로 있을 세제 개편에서도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 것으로 평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도 여권이 재정절벽의 주요 세금 전투에서 승리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공화당도 부유층 최고 소득세율 적용대상을 가구당 연소득 25만달러에서 45만달러로 저지하는 등 선방했다는 점에서 백악관과 민주당의 완승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부채 한도 증액을 무기로 새 의회에서 여권과 협상에 나서면 스몰딜에서 성사시키지 못한 메디케어 등 사회보장성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이유로 공화당도 승리를 주장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의회가 지난해 9월 통과시킨 2013회계연도 임시예산안 적용시한이 오는 3월 27일로 끝나기 때문에 이 역시 공화당의 유용한 전술카드가 될 수 있다. 예산안이 풀리지 않으면 연방정부 폐쇄로 대(對)국민 업무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지낸 공화당의 정치고문 피트 웨너는 WSJ 인터뷰에서 “당의 이념을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공화당에도 꽤 인상적인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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