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물폭탄’ 맞은 마지막 달동네 태풍 북상에 비상

‘물폭탄’ 맞은 마지막 달동네 태풍 북상에 비상

입력 2010-09-01 00:00
업데이트 2010-09-01 08:4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벽에 금이 두 줄이나 새로 생겼네.이걸 어떻게 고칠 수도 없고,집에 빗물만 들이치지 않으면 좋겠어.이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픈 허리를 두 손으로 잡으며 집 주변을 둘러보던 홍명순(63) 할머니는 긴 한숨을 내쉬고서 곳곳에 곰팡이가 핀 눅눅한 단칸방 안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31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본동 ‘104마을’에서 만난 홍 할머니는 최근 한 달 동안 집중호우와 태풍이 남기고 간 상처에 신음하고 있었다.

 16㎡(5평)도 안 돼 보이는 홍 할머니의 방에는 젖은 신문지 뭉치와 물이 가득 담긴 대야가 널려 있어 더욱 비좁아 보였다.

 7년째 홀로 판잣집에 사는 홍 할머니는 “비가 오면 방 한가득 물이 고여 잠을 이룰 수가 없다.집 전체가 방수가 안 돼 벽지에 물기가 차오르고 허리 높이까지 곰팡이가 피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중계본동 판자촌에는 최근 집중호우에 피해를 본 가구가 속출했다.

 고지대지만 비가 들이쳐 침수 피해를 본 곳이 많았고 오래전 얼기설기 지은 집의 외벽에는 커다란 금이 난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비 피해를 막으려고 낡은 비닐을 지붕 위에 겹겹이 쌓아놓은 집도 있었다.

 벽이 허물어져 내린 곳은 ‘위험’이라고 쓰인 붉은색 테이프가 둘러쳐져 있어 물 폭탄을 맞은 폐허를 방불케 했다.

 어려운 이웃에 무료로 연탄을 제공해온 연탄은행 임경아 간사는 “얼마 동안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안전문제에 노출된 집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판잣집 주민 대부분이 독거노인과 조손가정이라 손수 고칠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낡은 용마루 기와지붕과 벽돌이 부식돼 섣불리 고치려고 나섰다가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성은 중계본동장은 “가옥에 문제가 생기면 부동산 소유자에게 수리를 권고하지만 ‘불편하면 나가라’는 식이어서 세입자들의 불편이 해소되기 쉽지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입자들은 재개발 사업을 앞둔 판자촌을 떠나면 임대아파트 혜택조차 받을 수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계본동과 사회복지단체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연탄은행은 중계본동 자치위원회와 함께 2일부터 닷새 동안 판자촌 20가구를 대상으로 ‘사랑의 지붕 씌우기’ 봉사 활동을 벌인다.

 소식을 들은 주민이 너도나도 신청을 해 원래 계획보다 대상 가구를 배로 늘였지만,위험요소를 모두 없애려면 사업비가 더 필요하다.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형편이 어려운 분을 먼저 도와드릴 예정이다.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그전에 일을 잘 마무리해서 앞으로 추가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 주째 비에 시달린 중계동 달동네에는 ‘한반도가 곧 태풍 곤파스의 영향권에 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호우 피해를 보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이 주민들의 얼굴에 역력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