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士의 귀향별곡] 대구 달성 인흥마을 문태갑 前서울신문 사장

[名士의 귀향별곡] 대구 달성 인흥마을 문태갑 前서울신문 사장

입력 2010-03-03 00:00
수정 201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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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다하면 귀향하는 게 당연하거늘”

“난 이제 명사가 아닌데… 인터뷰 대상이 되나?”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하던터라 어렵게 만났다. 문태갑(81) 선생. 1995년 고향인 대구 달성군 화원읍 인흥마을로 돌아와 줄곧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귀향 전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기자로 출발, 언론사 간부를 지내다 국회로 진출했다. 그뒤 국무총리 비서실장, 서울신문사 사장, 서울올림픽 추진본부장, 한국청소년연맹 총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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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갑 전 서울신문 사장이 귀향 이후 문중 고택에서 문중문고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문태갑 전 서울신문 사장이 귀향 이후 문중 고택에서 문중문고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1994년 마지막 공직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뒤 1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귀향에 대한 그의 소신때문이다. “도시는 일하는 곳이다. 일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낙향이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는다. “할 일을 다하고 돌아가는 것은 귀향이나 환향이다.”라고 했다.

혼란스러운 정치판을 빗대 쓴소리를 했다. 이런 순리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정치판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귀향하면 패거리 정치가 사라진다. 서울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측근들이 대통령 주변에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계파를 형성한다. 귀향을 하면 많아야 1년에 몇 번 정도만 측근들이 대통령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 계파를 만들 수도 없을뿐더러 고향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귀향 시점은 60세 전후가 좋다고 했다. “60세가 되면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귀향을 준비하고 또 실행하게 된다.”

그는 하루 대부분을 인흥마을에 있는 남평 문씨 ‘세거지(世居地)’에서 보낸다. 세거지 주변을 아침 저녁으로 돌아보며 골목과 담장, 기와 하나하나를 살핀다. 세거지는 문익점의 18대손이자 대구 입향조 문세근의 9대손인 인산재 문경호가 1872년에 지은 집이다. 그 후손 수봉 문영박 아들들이 분가해 한 동네를 이루면서 3300㎡에 아홉 살림집과 두 재실(수봉정사, 광거당)이 들어섰다. 세거지에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문중문고인 ‘인수문고’가 있다. 모두 9000책(2만권 분량)을 수장, 민간으로서는 가장 많은 고서를 보유하고 있다.

하루 수십명에 이르는 국내외 내방객들을 맞는 것도 주요 일과 중 하나다. 남는 시간은 독서를 한다. 그러나 요즘은 한번에 30분 이상 읽지를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화장실과 거실, 침실 등에 책을 놔두고 틈틈이 읽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친구들을 만나고 모임에 나가기 위해 대구 시내에 간다. “시내에 자주 나가면 머리가 아파진다. 이제 시골 체질이 다 된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인흥마을 매화나무 심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5000그루 이상만 심으면 마을이 훌륭한 관광지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1000그루 정도 심었다.

인터뷰를 한 지 1시간이 넘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카랑카랑했고 자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건강관리가 궁금했다. “특별히 따로 하는 운동은 없다. 골프는 국민체육공단이사장을 할 때부터 치지 않았다. 골프장과 연관된 자리에 있다 보니 관련된 민원이 많아서였다. 편안하게 시골에서 살고 있는 것이 건강비결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는 누가 요즘 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면 늘 이렇게 대답한단다. “늙고 등 굽은 소나무가 할 일이 무엇이 있겠소. 선산이나 지켜야지.” 스스로를 등 굽은 소나무라고 한 그에게 선산은 무엇일까. 우리가 태어난, 그래서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고향이 아닐까.

글 사진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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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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