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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까지 줄이며 “싸게 더 싸게”

화장실까지 줄이며 “싸게 더 싸게”

입력 2010-01-20 00:00
업데이트 2010-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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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사 성공비결은

일본항공(JAL)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어수선한 일본에서 최근 무명 저가항공사의 조용한 활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빈사 상태에 빠진 JAL의 재기모델로 스카이마크항공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스카이마크가 국외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항공사지만 업계 1, 2위인 JAL과 전일본공수(ANA)도 하지 못한 일, 즉 이익 창출을 해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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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항공사들이 경기침체로 최악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값싼 항공권으로 승부를 거는 저가항공은 주머니가 가벼워진 승객들을 무섭게 흡수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가 지난달 발표한 ‘세계 저가항공 전망보고서(2009년)’에 따르면 저가항공사의 전 세계 여객수송 비율은 2001년 7.8%에서 지난해 21.7%로 급증했다. 승객 5명 가운데 1명은 저가항공사를 이용했다는 얘기다. 1999년 36개에 불과하던 저가항공사는 현재 126개에 이를 정도로 호황기를 맞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불필요한 겉치레 장식을 없앤다는 뜻의 ‘노 프릴 항공’이라는 별명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군살 서비스를 최대한 줄여 비용 절감을 극대화하는 게 저가항공사의 첫 번째 생존 전략이다.

기종단일화는 기본이다. 1998년 출항한 스카이마크는 11대의 비행기를 크기가 작고 연료효율이 높은 보잉 737로 전부 교체했다. 덕분에 지난해 9월 탑승률이 76.3%로 2007년 3월(63.3%)보다 1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유지보수비용이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1%에서 13%로 낮췄다.

유럽 최대의 저가항공사인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는 기상천외한 비용절감 아이디어로 유명하다. 이 항공사는 이달 초 기내 화장실을 2개에서 1개로 줄이고, 이마저도 1유로(약 1600원)의 사용료를 내야 하는 유료 화장실로 바꾸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신 6개의 좌석을 추가로 만들어 항공권 가격을 최소 5% 낮춤으로써 고객들에게 이득을 돌려주겠다고 설명했다. 괴짜 구두쇠로 유명한 라이언에어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오리어리는 비행하는 동안 서서 갈 수 있는 저렴한 입석 항공권을 최초로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공항의 수속 부스를 없애고 100% 인터넷 체크인 제도를 도입해 비용을 절감했다.

구두쇠 전략 덕분에 라이언에어의 지난해 승객 수는 6600만명으로 2008년(5700만명)보다 13% 증가했다. 지난해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브리티시항공, 루프트한자 등 대형항공사가 줄줄이 영업이익 손실을 볼 때에도 라이언에어는 전년보다 순이익이 35% 증가한 2억 5050만유로를 기록했다.

인력 효율화와 저가 항공사 간 제휴 확대도 비용 절감 차원의 조치다. 스카이마크는 직원 한 명이 승무원, 지상직, 시설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직원들을 멀티 플레이어로 키움으로써 인력을 최적화하고 인건비를 낮추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 최대의 저가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도 승무원이 기내청소를 돕도록 해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와 호주 콴타스항공의 자회사인 젯스타는 이달 초 저가항공 업계 최초로 제휴를 맺었다. 여객기 부품 조달과 공항 내 시설을 공동 관리함으로써 수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와 불안정한 유류비용, 경쟁업체의 증가 등으로 저가항공사 역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는 ‘헝그리 정신’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CAPA의 보고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저가항공사의 성장은 막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0-01-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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