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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거나 빼앗거나…제국의 두 얼굴

지키거나 빼앗거나…제국의 두 얼굴

입력 2010-01-16 00:00
업데이트 2010-01-1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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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제국들 】로저 크롤리 지음 책과함께,【 잉카 최후의 날 】킴 매쿼리 지음 옥당 펴냄

16세기는 유럽사 격동의 시대다. 안으로는 무르익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전 유럽을 뒤흔들고 있었고, 대륙 밖으로는 항해술의 발달로 신대륙을 향한 들끓는 열망이 대항해시대를 지나고 있었다. 이 시기 유럽의 주인은 강력한 군사력과 방대한 영토를 가진 제국들이었다. 제국은 영광스러운 패권을 위해 또 경제적 풍요를 위해 수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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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에스파냐는 유럽과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를 넘나드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에스파냐 무적함대는 16세기 말 영국 해군에 대패(사진 위)했고, 잉카제국과의 전투(아래)에서는 승리했다.
16세기 에스파냐는 유럽과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를 넘나드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에스파냐 무적함대는 16세기 말 영국 해군에 대패(사진 위)했고, 잉카제국과의 전투(아래)에서는 승리했다.
●이슬람 공격을 막아낸 유럽의 수호자

이들 16세기 제국의 전쟁을 다룬 논픽션 2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16세기 지중해 쟁탈전을 다룬 ‘바다의 제국들’(로저 크롤리 지음, 이순호 옮김, 책과함께 펴냄)과 잉카문명 멸망사를 다룬 ‘잉카 최후의 날’(킴 매쿼리 지음, 최유나 옮김, 옥당 펴냄)은 사료를 바탕으로 생생한 내러티브를 살린 전쟁 기록물이다. 당시 유럽의 대제국이었던 에스파냐의 두 얼굴도 만날 수 있다.

먼저 ‘기독교와 이슬람의 지중해 쟁탈전, 1521~1580’이라는 부제가 붙은 ‘바다의’는 에스파냐를 ‘유럽의 수호자’로 등장시킨다. 60년 동안 지중해를 배경으로 벌어진 기독교 제국 에스파냐와 이슬람 제국 오스만 투르크의 전쟁이 핵심 줄거리다.

서술은 긴박감이 넘친다. 북아프리카와 발칸 반도 대부분을 점령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1521년 드디어 지중해로 발을 돌린다. 술탄 슐레이만의 투르크 대군은 처음 로도스섬에서 ‘유럽의 방파제’인 구호기사단과 마주친 이래 여러 차례 대전투를 치른다. 하지만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중해에서 완전 축출된다.

지중해 쟁탈전의 한 현장이었던 몰타섬에서 태어난 저자는 이 60년 전쟁을 “영토·패권의 전쟁이자 종교 전쟁”이라고 평가한다. 이 전쟁으로 지중해는 유럽의 완전한 영해가 됐음은 물론, 팽창을 계속하던 이슬람도 유럽에는 발을 붙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은 치열한 전투의 현장과 함께 ‘악의 제왕’이라 불린 해적 바르바로사 형제, 카를로스1세 에스파냐 국왕 등 전쟁 영웅들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여기에 돌을 발사하는 대구경 화승총 및 수제 수류탄, 사슬탄, 선회포 등 다양한 당시 무기도 소개하며 16세기 제국의 전쟁터를 입체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잉카를 멸망시킨 남미의 파괴자

같은 16세기 지구 반대편에서는 남아메리카 최대의 제국인 잉카가 멸망의 길로 내몰리고 있었다. 에스파냐는 지중해에서 투르크 제국과 전쟁을 벌이는 한편, 남아메리카에서 잉카의 금은보화를 탈취하며 ‘남미의 파괴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잉카’는 이들 에스파냐 제국과 ‘태양의 제국’ 잉카의 충돌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이 역시 거대 제국 간 전쟁이었지만 사실 ‘잉카 최후의 날’은 전쟁 서사시라기보다 침략과 학살의 보고서에 가깝다.

1532년 11월16일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이끄는 에스파냐 군대는 8만명 잉카 군과 맞서 원주민 7000여명을 학살하고 잉카의 황제를 생포한다. 스페인군의 숫자는 고작 168명. 잉카 문명 권위자로 불리는 저자는 아마존 부족의 사료를 근거로 이 믿을 수 없는 승자의 기록 너머에 있는 진실을 추적해 간다.

이야기는 미국인 탐험가 하이럼 빙엄이 마추픽추를 세상에 알린 1911년의 드라마틱한 순간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을 돌려 16세기, 마추픽추의 주인 잉카 제국에서 벌어진 처절한 학살의 진실을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낸다. 그는 이 승리에는 계략이 있었다고 전한다.

당시 잉카 황제 알타우알파는 피사로의 요구에 따라 전투가 아닌 ‘회견’을 위해 비무장 보위대 5000명만을 데리고 피사로를 만나러 온다. 하지만 피사로는 이들을 무참히 공격해 30분 만에 전멸시킨다. 물론 에스파냐에는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신으로 추앙받는 황제가 나포되고 곧 처형되자 잉카는 번번한 저항도 못하고 수도 쿠스코를 내주게 된다.

유럽의 기록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저자는 그 이후 36년간이나 그치지 않았던 잉카의 게릴라전에도 주목한다. 그리고 열세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밀림에 숨어 끝까지 제국에 맞섰던 ‘반란군’들을 온정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바다의’ 2만 3000원, ‘잉카’ 3만 2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0-01-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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