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해선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다. 아니, 오히려 그런 두려움을 기꺼이 즐긴다. 끊임없는 한계 상황에 스스로를 던져 놓고, 그 안에서 배우로 한 걸음씩 성장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 ‘맘마미아’ ‘아이다’ ‘시카고’ 등 대작 뮤지컬의 헤로인을 도맡으며, 최고의 뮤지컬 여배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녀가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와 1인극에 도전하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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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해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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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해선 씨
피카소를 사랑한 네 여인의 독백을 옴니버스 식으로 엮은 서울연극제 개막작 ‘피카소의 여인들’(16~26일·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그녀는 마흔살 연상의 피카소를 사랑하는 화가 프랑소와즈를 맡았다. 피카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다른 여인들과 달리 프랑소와즈는 피카소가 바람을 피우자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오는 독립적인 여성이다.
실제 성격도 프랑소와즈와 비슷하다. 어렸을 때부터 하루빨리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 했고, 연애할 때도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먼저 돌아섰다. “연인이면서 동시에 예술 동료로서 프랑소와즈가 피카소에게 느꼈던 애증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에요. 프랑소아즈의 이성적인 면모를 유지하면서도 섬세한 내면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더 매력적인 역할이기도 하고요.”
2시간이 넘는 공연 중 그녀가 혼자서 무대를 책임지는 시간은 약 40분. 재클린 역의 김성녀, 올가 역의 서이숙, 마리테라즈 역의 이태린이 앞뒤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 출연은 2001년 ‘배장화 배홍련’이 마지막이었던 데다 온전한 1인극은 아니지만 어쨌든 첫 모노극 도전인 만큼 부담감이 크진 않을까. 게다가 춤과 노래, 무대장치의 도움이 큰 뮤지컬과 달리 의자 하나만 달랑 놓인 텅 빈 무대에서. “사실 저 혼자 하는 1인극이었다면 망설였을 거예요. 그러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아니까요. 하지만 김성녀 선생님, 서이숙 선배님 같은 쟁쟁한 분들이 버티고 계시니 든든하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하자고 맘먹으니 오히려 편안한 걸요.(웃음)”
연출자인 폴 게링턴과의 인연도 작품 선택에 한몫을 했다. 2000년 영국 에든버러페스티벌에서 ‘피카소의 여인들’을 연출한 경험이 있는 폴 게링턴은 ‘맘마미아’와 ‘댄싱섀도우’에 이어 연거푸 그녀를 캐스팅했다. “말은 안 통해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연출자와 배우의 관계예요. 그래서 작업하는 순간이 참 즐거워요.”
배우 배해선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두 가지가 있다. ‘외국 작품만 한다’와 ‘주연만 한다’는 것.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정색했다. 최근 몇 년간 라이선스 대작을 연이어 하다 보니 그런 소문이 난 것일 뿐이란다. 올가을엔 조광화 연출의 역사 뮤지컬 ‘남한산성’에 출연할 예정이다.
작품만 좋으면 조연이든 앙상블이든 개의치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1997년 극단 유의 ‘택시 드리벌’로 데뷔하면서 단역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배역에 대한 편견이나 아집은 없다. 지난해 박정자 주연의 뮤지컬 ‘19 그리고 80’에서 단 세 번 등장하는 역할을 맡은 것도 “배울 점이 많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제 삼십대 중반. 여배우로서 위기감을 느낄 수도 있는 나이지만 그녀는 “나이가 들면 그만큼 연륜이 묻어 나는 연기를 할 수 있지 않느냐. ”며 환하게 웃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2009-04-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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