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톡톡] ‘섹스 볼란티어’ 조경덕 감독

[현장톡톡] ‘섹스 볼란티어’ 조경덕 감독

입력 2010-04-23 00:00
업데이트 2010-04-2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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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의 꼭두각시 될 바엔 차라리 온라인 무료 개봉”

제목이 사뭇 선정적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성(性) 자원봉사자’다.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내용이 공익적이란 판단 덕분이었다. 영화는 모텔 방에서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학생인 예리(한여름)와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천길(조경호), 천주교 신부(홍승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길을 위해 자원봉사를 했다는 그들.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큐멘터리를 가장한 극영화) 형식을 빌려 장애인 성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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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덕 영화감독 연합뉴스
조경덕 영화감독
연합뉴스
# 시사회
지난 9일 서울 소공동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시사회 현장. 사회를 맡은 영화배우 신현준은 영화가 끝난 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오늘 사회를 맡은 것도 나에게 큰 봉사의 의미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조경덕(37) 감독이 말을 이었다. 그는 “일본 유학시절 ‘섹스자원봉사’라는 책을 접한 게 영화를 찍게 된 동기”라고 소개했다. 당시 누리꾼들은 이 책에 대해 ‘일본이나 유럽이니 출간 가능한 것이다.’, ‘한국 사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등의 격렬한 악플을 달았다. 조 감독은 “성과 자원봉사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공존할 수 있을지, 만일 공존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 가능할까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섹스 자원봉사는 장애인과 여성의 입장이 충돌하는 지점이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장애인과 여성,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취재를 하던 시기가 성매매특별법으로 성매매 단속이 강화되던 시기였는데 성매매여성 당사자의 목소리는 드러나지 않았다. 영화에도 이런 단상을 반영하고 싶었다.” 실명으로 영화에 출연한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이윤호씨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영화 촬영이 너무 힘들었다. 다시는 찍고 싶지 않더라. 하지만 나도 장가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 기자회견 그리고 20일. 조 감독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서울 충무로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다. 영화 홍보 이유가 아니었다. 극장 개봉 없이 온라인 무료개봉을 하겠다는 ‘비장한’ 발표였다. 그는 “온라인 유통시장은 ‘불법 대 합법’의 비율이 9대1인 게 현실이다. 불법적으로 배를 불리려는 이들의 꼭두각시가 될 바에는 차라리 떳떳한 ‘0원’짜리 영화로 관객들 곁에 남겠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극장 개봉을 추진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도 했다. 조 감독은 “온라인 부가판권 시장에서 러브콜이 많았지만, 불법적 유통질서를 바꿔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으키려고 온라인 무료 개봉을 결정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4-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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