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완의 생생러브] No touch!

[조성완의 생생러브] No touch!

입력 2004-02-20 00:00
수정 200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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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나갈 무렵,아이들을 위해 큰 맘 먹고 스키장을 다녀왔다.북적대는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때맞춰 내린 눈에,몰려드는 차량이 짜증을 더하게 했지만,스키장에 도착해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운전에 시달린 몸과 달리 기분은 한결 상쾌해 졌다.

개업의라는 직업이 딱히 생활에 이런저런 변화를 줄 여지가 거의 없어 일상이 빡빡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여유를 가지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가족과 어울려 눈밭을 누볐다.그러던 중 중급자 코스가 끝나는 곳에 몇몇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게 눈에 띄었다.부상이 잦은 스키장이라 직업적인 호기심이 발동했다.

가까이 다가가 구경꾼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보니,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국부를 움켜쥐고 얼굴이 허옇게 변한 채 누워 있었다.

일행인 듯한 친구는 옆에서 화를 내고 있고 그 곁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난처한 얼굴로 서 있었다.친구의 말인즉 이랬다.아직 미숙한 실력으로 과감하게 중급자 코스에 도전한 가해 여성이 실수로 쓰러진 남자와 부딪쳤는데,하필이면 급소 부위에 강하게 충돌이 있었던 것이다.그 남자야 급소를 얻어맞았으니 정신 없이 나뒹굴었을 테고….

부랴부랴 의무실로 옮긴 뒤에 신원을 밝히고 진찰해 본 결과 다행히 가벼운 찰과상이었다.주변에 몇 가지 주의사항과 약 처방을 귀띔해 주고는 “괜찮겠다.”며 사태를 수습했다.

남자를 남자답게 하는 남성호르몬은 대부분 고환에서 만들어진다.또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정자 역시 고환에서 생산되는 이를테면 ‘남성성과 생명의 텃밭’쯤 되는 기관이다.이렇게 중요한 고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원해야 제기능을 다하기 때문에 몸 밖으로 튀어나온 주머니에 들어있는데,‘음낭’이 바로 그곳이다.

피부와 약간의 근육만으로 이루어진 주머니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자니 가벼운 충격에도 음낭을 오므라들게 하는 근육의 작용이 무척 민감한가 하면 양쪽 고환이 위·아래로 약간 차이나게 매달려 걸을 때나 달릴 때 서로 부딪힘이 적게 하는 생태적 보호기능이 갖춰져 있지만,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이렇다 할 보호장치가 없어 다치기 십상이다.

다치는 정도에 따라 처치 방법도 당연히 다르다.고환을 싸고 있는 두꺼운 ‘백막’이 찢어진 정도라면 응급수술이 필요하지만,가볍게 부딪힌 타박상 정도는 꽉 끼는 삼각팬티로 고정시켜 주고 시원하게 유지하면서 일정기간 약물치료를 하면 회복된다.그러나 정자를 만드는 중요한 기능에 어느 정도 손상이 생겼는지는 의사가 바로 판단하기는 어려우니 가능한 한 잘 보호하는 것이 상책이다.

여성 여러분!호신술에서는 치한을 만나면 걷어차라고 가르치지만,가능하면 남자의 거기만은 함부로 건드리지 마시길 바란다.

명동이윤수비뇨기과 공동원장˝
2004-02-20 4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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