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웃기는 이야기

아는 만큼 웃기는 이야기

입력 2006-11-01 00:00
수정 2006-11-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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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음담도 약간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아는 만큼 웃기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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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단원풍속화첩》 중 <빨래터> 한 양반이 숨어서 여인들을 훔쳐보고 있다. 빨래터에서 여성의 육체는 관음의 대상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홍도, 《단원풍속화첩》 중 <빨래터>
한 양반이 숨어서 여인들을 훔쳐보고 있다. 빨래터에서 여성의 육체는 관음의 대상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한 선비가 냇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이 많은 냇물을 말을 타고 건너가려다가, 마침 스님 한 분을 만났다.

선비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대가 글자를 아느냐? 알면 한 수 짓는 것이 어떠하냐?”

스님이 말했다.

“소승은 무식하여 시를 지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 선비는 먼저

“溪邊紅蛤開 시냇가 홍합이 열렸다.”

라고 읊고는 재촉했다.

“넌 빨리 대구를 맞추렷다.”

스님이 말했다.

“생원님께서 읊으신 것은 고기여서 산에 사는 이 사람은 감히 대구를 맞추지 못하겠으니, 죄송하지만 나물로 대구를 하여도 되겠습니까?”

“괜찮아.”

스님이 먼저 옷을 걷더니 개울을 건너가서 읊었다.

“馬上松栮動 말위의 송이가 움직인다.”

-《어수신화》중 <마상송이> (본문 115쪽)

양반이 스님에게 반말을 하면서 멋대로 시를 짓고 응대할 것을 강요한다.

사실 조선시대 양반과 스님사이네는 엄격한 위계가 있었고, 양반은 종종 승려를 괴롭혔다.

못된 양반들은 승려를 구타하고 절의 기물을 빼앗거나, 기생들과 어울려 절간에서 유흥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 맥락 속에서 보자면 이 우스개의 양반 역시 시를 못 짓는다는 승려를 괴롭힐 요량으로, 먼저 시 한구를 지어놓고는 닦달하는 것이리라. 이 우스개는 조선시대 양반과 승려의 관계에 대한 지식 외에도, 한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요구한다.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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