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지배계층, 무슬림 때려 불만 재웠다

佛 지배계층, 무슬림 때려 불만 재웠다

입력 2016-10-14 17:40
업데이트 2016-10-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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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는 누구인가?/에마뉘엘 토드 지음/박 아르마 옮김/희담/288쪽/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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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시사만평지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 공격을 당하자 프랑스 전역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시민들은 ‘나는 샤를리다’를 외쳤다. 테러에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시위대의 모습은 자유와 박애·연대의식을 앞세운 인권 부국 프랑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 것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2008년 금융 위기를 예견했던 프랑스의 역사·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는 이 시위에 프랑스 사회가 직면한 이면의 현실이 감춰져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사회의 불평등을 야기한 중간 계층이 이 시위를 주도했고, 이는 이슬람 혐오주의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당시 시위대를 지리통계학적으로 분석했다. 노동자보다는 관리자 계층이 많았고 지역별로도 파리·리옹·보르도·툴루즈 등 관리자 계층이 많은 도시에서 시위가 활발했다. 또한 가톨릭 전통이 강한 리옹 시민이 세속화된 도시의 전형인 마르세유보다 배 가까이 많이 참여했다.

저자는 이를 통해 현재 프랑스 사회를 주도하는 패권 집단을 가톨릭 전통의 중간 계층 고령자라고 추출해 냈다. 이들은 1992년 유럽 통합을 위한 마스트리히트 조약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고 프랑스의 불평등한 경제구조에서 이익을 챙겨 왔다.

저자는 이들이 바로 불평등을 야기하고 이슬람 혐오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계층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저성장에 시달리는 프랑스 지배 계층이 위기 상황에서 불만을 한 곳에 집중시켜 사회를 통합할 명분이 바로 무슬림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처럼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만이 프랑스를 실업과 불평등의 문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영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프랑스는 이슬람 이민자들과 다문화 가정을 포용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나 출간되며 프랑스 출판계의 최대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그가 제시한 대안들은 현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혼란 속에 휘말린 유럽의 오늘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해 준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2016-10-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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