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군과 폭군 사이, 진시황

성군과 폭군 사이, 진시황

입력 2013-10-12 00:00
업데이트 2013-10-1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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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강의/왕리췬 지음/홍순도·홍광훈 옮김/김영사/748쪽/2만 2000원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을 건설한 절대군주 진시황(秦始皇·BC 259~BC 210). 영정, 혹은 조정이라 불렸던 그에게는 늘상 ‘위대한 황제’와 ‘포악한 군주’라는 상반된 평가가 함께 따라 붙는다. 그리 길지않은 50년이란 생애를 살았지만 이루고 남긴 수많은 일들로 여전히 회자되는 진시황. 그의 진면목은 과연 무엇일까.

‘진시황 강의’는 중국 사서 ‘사기’의 ‘진시황’ 편을 저본 삼아 진시황의 출생부터 죽음까지를 방대한 분량으로 엮은 제왕학 강의다. ‘사기’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답게 구석구석 뒤져서 건져낸 편린과 해석으로 부활시킨 진시황의 빛과 그림자가 실감나게 전해진다.

책을 관통하는 ‘빛’의 흔적들은 역시 ‘위대한 황제’를 받쳐 주는 탁월한 선견지명과 지략이다. 통일제국 건설은 진시황이 당사자이긴 하지만 35대에 걸친 진나라 선왕들의 노력과 투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도 13세에 즉위해, 관례를 올린 22세부터 파죽지세의 기세로 10년 만에 천하를 평정한 그의 궤적은 ‘철완의 정치가’임이 틀림없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통일국가가 만세에 번성하기를 원해 왕이라는 칭호를 없애고 스스로 칭했던 진시황. ‘포악한 군주’라는 그림자의 흔적들 또한 책에서는 또렷하게 까발려진다. 만리장성을 쌓기 위해 뿌려진 백성들의 피와 눈물은 그 대표적인 예다.

불로장생을 꿈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방사들에게 많은 돈을 썼지만 결국 모두 사기임을 알고 방사들을 묻어 죽인 갱유며, ‘시경’ ‘서경’을 불태운 분서사건, 그리고 아방궁과 황릉을 짓기 위해 수많은 목숨을 앗았던 폭정의 실상이 생생하게 풀어진다.

진시황은 법가사상을 으뜸의 통치사상으로 천착했다고 한다. 자신의 나라가 만세에 걸쳐 번성하기를 소망했지만 고작 2세에 그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은 바로 그 통치사상의 오용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군왕의 독재 시스템을 강조하는 법가사상은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군왕의 독재를 제어할 수단이 없었다는 것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숱한 논쟁을 낳고 있는 진시황. 그의 빛과 그림자를 통해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참된 리더의 덕목으로 귀결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3-10-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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