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아이는 어떻게 생기나요”

“할아버지, 아이는 어떻게 생기나요”

입력 2013-02-16 00:00
수정 2013-02-1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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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색시는 누구일까 김종도 지음 보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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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가루로 만든 과자인 산자, 집짐승에게 먹이는 풀인 깔, 돌로 만든 조그만 절구인 확돌, 곡식을 씻어낸 물인 뜨물, 뜰 아래 땅을 파서 만든 창고인 땅광, 일하다 쉬려고 만든 정자인 모정 등.

지금은 국어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단어들은 1960년대 시골 마을에선 어렵지 않게 마주했던 것들이다. “전기도 안 들어오던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종도 작가. 그는 ‘내 색시는 누구일까’(보리 펴냄)를 자전적 동화라고 소개했다.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을 보거나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혼자 산속을 쏘다녔다”면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대문이나 책에 자주 낙서를 했고 어른들한테 많이 혼났다”고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작가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날마다 옛날이야기를 해 달라고 졸랐고, 그때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지금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쓰는 바탕이 됐다고 했다.

스마트폰과 TV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시골 마을에서 참새를 잡으러 대나무 새총을 들고, 할아버지를 따라나서는 장면 등은 동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정말 옛날이야기다. 아니면 일부러 시골로 체험활동을 가야 겨우 맛볼 수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이다.

옛것이 낯선 요즘 어린이들에게 과거와 접점 역할을 하는 동화 속 주인공 ‘돌이’는 예닐곱살 시골 소년이다. 어느 날 옆 집에 사는 ‘새아짐씨’가 아기 낳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어떻게 하면 아기가 생기는지 궁금해하는 돌이에게 할아버지는 장가를 가야 아기를 낳는다고 들려준다. 이 말에 돌이는 자기랑 혼인하게 될 색시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할머니는 추석날 보름달이 뜨면 알려 주겠다고 한다. 그날부터 돌이는 손꼽아 추석을 기다린다. 드디어 추석날, 크고 둥근 보름달이 두둥실 떴다. 할머니를 따라나선 돌이는 확돌 안에 담긴 맑은 물 앞에 촛불을 켜고 할머니와 함께 ‘나무관세음보살’을 세 번 외운다. 천천히 확돌 안을 들여다본 돌이. 물에 비친 고운 달은 소꿉놀이 친구 복순이 같기도 하고 아랫동네 영실이 같기도 하다. 그날 밤 돌이는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이루지 못한다.

돌이를 통해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지, 금줄은 왜 치는지 등 느리지만 천천히 소중한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 가게 된다. 조월례 아동도서 평론가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과 한 해 농사를 위해 씨를 뿌리고 가꾸는 일에 마을 어른들이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우리 삶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알게 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정이 뚝뚝 묻어나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95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2-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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