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은 ‘혼군’이다

광해군은 ‘혼군’이다

입력 2012-09-08 00:00
수정 2012-09-0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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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오항녕 지음 / 너머북스 펴냄

조선조 제15대 왕 광해군(1575~1641)은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왕이다. 학계는 물론 일반인의 평가에서도 그는 극도로 엇갈리는 존재로 떠다닌다. 폭군이라 단정하기엔 성군의 면모가 비치고, 지극히 독단적인 이기주의자로 몰자니 합리적인 부분도 있어 보이고…. 그런 혼탁한 평가의 와중에 줄곧 미담 격으로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명(明)과 후금 두 나라에 대한 양단정책으로 난국을 헤쳐간 성군(聖君).’ 과연 그럴까.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오항녕 지음, 너머북스 펴냄)은 혼란스러운 조선 왕 광해군을 정색하고 비판한 역사 해설서로 눈길을 끈다. 최근 들어 부쩍 (광해군) 비판보다는 찬사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정반대로 칼날을 곧추세운 시각과 입장이 참신한다.

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인 저자가 광해군을 보는 시각은 한 마디로 잔인하다 싶을 정도의 평가절하로 일관한다. “그는 본보기가 될 거울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망칠 위험한 거울입니다.” 왜 그토록 혹독한 평가를 할까. ‘조선왕조실록’과 ‘광해군일기’를 샅샅이 훑어 해부한 광해군의 모습은 합리적인 개혁군주이긴커녕, 차라리 비열하고 우유부단한 독재자다. 부친인 선조의 말엽부터 권좌에서 내려지기까지의 세세한 부분들을 읽다보면 인조반정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아야 했던 광해군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손에 잡힐 만큼 실감 나게 드러난다.

승하한 부친 선조의 상중에 역모의 올가미를 씌워 살해한 친형 임해군, 민생안정과 재정안정을 위해 눈 밝은 지식인들이 목숨 걸고 시도했으나 광해군의 반대로 좌절된 대동제, 정쟁 끝에 죽이고 폐위한 동생 영창대군과 인목대비, 명의 압력에 못 이겨 출전한 후금과의 전투에서 몰사한 병사들, 재위 시절 내내 병적으로 매달린 궁궐 짓기…. 대략 부각시킨 큰 줄기의 폭정과 실정만 보더라도 광해군은 합리적인 성군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 욕심과 입장에 치우친 혼군(昏君·판단이 흐린 임금)의 전형이다.

저자는 특히 광해군의 필연적인 붕괴 요인으로 ‘과시성 궁궐짓기’를 지목해 눈길을 끈다. 재정의 15∼20%를 궁궐 짓는 데 소모하다 보니 후금과의 대치상황에도 군량미를 끌어쓰고 공사비 충당을 위한 매관매직이 성행해, 심지어는 귀양 보낸 이들까지 돈을 받고 복권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일종의 교육이자 국무회의의 성격을 띤 경연엔 ‘아프다’는 핑계로 줄곧 태만했다. 그 대신 ‘역모’ 가담자들의 국문(지금의 취조)엔 발 벗고 나섰음을 사관들은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민생 구제의 대안으로 만인이 바라고 원했던 대동법이 무산된 것도 결국 그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광해군은 너무나도 절박하고 중요했던 시기를 허망하게 보내버렸고 그 잃어버린 15년(재위기간)은 실기(失機)의 업보까지 남겨주었다.”며 “나라가 망하는 과정을 알면 나라를 일으키는 방법을 찾을 수 있듯이 이 나라가 어떤 세상이 되길 원하는지 광해군과 그의 시대에서 배우길 권한다.”고 밝혔다. 1만 7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2-09-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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