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In&Out] 리움보다 인기 있는 홍대 앞 ‘마술 같은 미술관’

[문화 In&Out] 리움보다 인기 있는 홍대 앞 ‘마술 같은 미술관’

입력 2014-05-13 00:00
수정 2014-05-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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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아이미술관, 작년 해외서 32만명 방문…3차원 입체 그림에 ‘한류 미술관’ 입소문

2012년 8월, 파차라키디아파 마히돌 태국 공주가 비밀리에 서울 홍대 앞 미술관을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공주를 알아본 태국 단체 관광객들이 그를 둘러싸고 연신 절을 올리는 해프닝이 빚어졌던 것이다. 태국에선 왕족을 신성한 존재로 보고 어디서나 경배하는 전통이 있다. 푸미폰 국왕의 첫째 손녀딸이자 현직 검사로 왕위계승 서열 3위인 공주는 결국 관람을 포기하고 미술관을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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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고전 명화를 패러디한 입체 그림으로 해외 여행객을 끌고 있는 트릭아이미술관.  트릭아이미술관 제공
서양의 고전 명화를 패러디한 입체 그림으로 해외 여행객을 끌고 있는 트릭아이미술관.
트릭아이미술관 제공


그런데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 대목이 있다. 왜 태국인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국립민속박물관을 제쳐두고 서울 변두리의 조그마한 미술관을 찾았을까.

정답은 세계 최대 여행커뮤니티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가 내놓았다. 트립어드바이저가 지난 2월 말 서울 소재 180개 미술관·박물관의 순위를 매긴 결과 이름도 생소한 서울 홍대 앞 트릭아이미술관이 1위에 꼽혔다.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리움미술관, 국립민속박물관 등은 그 뒤를 이었다. 1980~1990년대 최고 흥행 영화는 ‘로버트태권브이’나 ‘우뢰매’였으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던 것과 비슷하다.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이곳을 둘러본 해외 관광객은 32만여명. 올해에는 매주 1만명, 한 달 4만명가량이 찾았다. 태국(5만 3500여명), 홍콩(4만 500여명), 중국(3만 9500여명), 타이완(9700여명), 싱가포르(5000여명) 등의 순이다.

사실 이곳은 미술관이라기보다는 ‘마술관’에 가깝다. 인간의 뇌를 적절히 자극해 착시현상을 불러오는 3차원 트릭아트 기술을 이용, 원근법을 극대화한 입체적인 그림들을 선보인다. 대형 벽화 앞에서 유치원생이 엄마보다 큰 거인으로 변하는가 하면 가만히 서 있는데 천장에 매달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선 서양의 고전 명화를 패러디한 이곳 그림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 불평할 수도 있다.

다만 전형적인 상업시설임에도 ‘사진 찍지 마시오’, ‘만지지 마시오’란 문구가 없어 쌍방향 소통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한류 미술관’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인근 상권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중국어와 태국어 간판까지 등장했다.

최근 싱가포르관광청장이 이곳을 찾았고, 서울시 산하의 서울마케팅이 해외에 이곳을 홍보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싱가포르에 해외 1호점이 문을 연다. 연간 100만명이 찾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과 비교할 순 없겠으나 창조적 문화콘텐츠라는 점에선 높이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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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5-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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