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왕릉뷰 아파트?… ‘종묘’ 앞 142m 고층 건물 들어서나

제2의 왕릉뷰 아파트?… ‘종묘’ 앞 142m 고층 건물 들어서나

윤수경 기자
입력 2025-11-03 18:04
수정 2025-11-0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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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세운4구역 재정비 계획 변경
청계천 변 최고 높이 71.9m→141.9m
국가유산청 “일방적 고시 깊은 유감”

한국 첫 세계유산 자격 악영향 우려
‘김포 장릉’ 아파트 논란 재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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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조선의 역사와 정신의 상징인 종묘 맞은편에 최고 높이 142m의 빌딩이 들어설 수 있도록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지인 세운4구역의 높이 계획을 변경하자 국가유산청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경관이 훼손되는 방향으로 재개발이 이뤄질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자격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산청은 3일 “서울시가 유네스코에서 권고하는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종묘 인근 세운4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을 일방적으로 변경 고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시보에 고시했다. 이에 따르면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는 종로 변 55m(변경 전)→98.7m(변경 후), 청계천 변 71.9m(전)→141.9m(후)로 바뀌었다. 청계천 변을 기준으로 보면 건물 최고 높이가 배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세운4구역은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꾸준히 재개발을 추진했으나 역사 경관 보존과 수익성 확보 문제, 잦은 사업 계획 변경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유산청은 기존에 협의한 높이를 유지하고 유네스코가 권고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는 민간 사업 동력을 되찾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시는 세운4구역이 높이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종묘로부터 약 180m 떨어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서울 기준 100m) 밖에 있으므로 세계유산법 등에 따라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1995년 한국의 국가유산 가운데 사상 처음 종묘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유네스코는 ‘세계유산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을 명시했다. 유네스코는 또 올해 4월 세운지구 계획안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유산청이 협의 기관으로서 의견은 낼 수 있지만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권고 사안이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들에게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며 “해당 지역은 노후화가 심하고 사실상 방치돼 있는데 이런 상태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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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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