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교평화 선언’ 무산 위기

조계종 ‘종교평화 선언’ 무산 위기

입력 2011-12-07 00:00
수정 2011-12-0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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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 법전스님 유보 유시에 일부 스님들 작성자 사퇴 요구

조계종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21세기 아쇼카 선언)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조계종 자정쇄신 결사 추진본부(결사본부·본부장 도법스님)가 발표하려던 이 선언에 종정 법전 스님이 유보 유시를 내린 데 이어 일부 스님들이 선언문 작성 주체들에게 일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결사본부 측이 재검토 중인 선언문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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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조계종 자정쇄신 결사 추진본부 관계자들이 ‘종교평화 선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조계종 자정쇄신 결사 추진본부 관계자들이 ‘종교평화 선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5일 법전 스님이 총무원과 결사본부에 팩스를 보내 ‘더 널리 의견을 구하고 발표시기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 당시 결사본부 측은 나흘 뒤인 지난달 29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종단 및 이웃종교 대표들을 초청해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종교인 선언식’을 열 계획이었다. 종정 스님의 예상치 못한 유보 유시를 받은 결사본부는 어쩔 수 없이 선언식을 취소해야 했다. 결사본부는 이와 함께 선언문 문구를 재검토해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뜻을 밝히는 한편 6일쯤 종정 스님을 예방해 “구체적인 말씀을 듣겠다.”고 밝힌 게 오히려 ‘종정에 대한 항명’이라는 거센 반발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종정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해인사 측은 종정 스님을 예방하겠다는 결사본부의 뜻을 일신상의 이유로 거절했다.

여기에 불교사회정책연구소의 영공·법응 스님이 선언문 작성 주체 전원 사퇴를 요구해 분란으로까지 치닫는 형국이다. 영공·법응 스님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종교평화 선언문과 그 작성 주체 전원 교체와 함께 결사본부의 불충에 대한 총무원장의 단호한 조치, 종단 질서를 바로세우기 위한 원로회의·중앙종회의 노력을 요구했다. 결사본부 스님들은 종단과 일부 스님들의 거듭되는 반발에 겹쳐 자신들의 행보가 종정에 대한 항명으로까지 비쳐지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사본부는 일단 “종정 스님의 뜻을 잘 받들겠다.”며 대중의 공의를 위해 공청회, 집중토론회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진행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결사본부 사무총장 혜일 스님이 선언 파문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사퇴한 데다 지난 8월 선언문 초안 발표 이후 불교계 일각에서 ‘열린 진리관’과 ‘전법 원칙’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종정의 선언 유보 유시는 초안 발표 이후 선언 내용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데도 결사본부 측이 무리할 만큼 발표를 강행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종교 간 갈등을 막고 각 종교인들이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차원의 종교평화 선언이 자칫 종단의 분란으로 비쳐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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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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