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때문에 개종하는 한국인 이해안돼”

“결혼 때문에 개종하는 한국인 이해안돼”

입력 2011-10-24 00:00
수정 2011-10-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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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종교 지도자들이 말하는 한국의 종교 문화

“19세기 수 천명의 한국 가톨릭 신자들이 믿음을 지키려고 순교했습니다. 불교도 박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인들은 쉽게 종교를 바꿉니다. 결혼을 하거나 ‘가정의 평화’를 위해 종교를 바꾸는 것을 볼 때 진짜 이해가 안 됩니다.”(강 디에고 신부)

”인도에서는 스님들이 고생을 안 합니다. 그냥 공부하고 수행하고 신도 집에 찾아가 법문을 합니다. 한국 스님들은 수행도 하지만 노동 일도 많이 합니다. 너무 힘들어요.”(법성 스님)

24일 오후 서울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구 크리스챤 아카데미) 3층 세미나실.

백양사의 법성 스님(인도), 강 디에고 콘솔라타회 신부(이탈리아), 마니아 파쿠아 마리아전교자프란체스코회 수녀(폴란드), 한국루터회 옥수동 교회의 이말테 협동목사(독일), 원신영 원불교 교무(러시아), 이슬람중앙협의회의 장 후세인(터키) 등 한국에 거주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종교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외국인 종교 지도자들은 ‘내가 본 한국의 종교와 문화’를 주제로,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한국의 종교 문화를 진단했다.

20년 동안 한국에서 사목 활동을 한 이탈리아 출신의 강 디에고 신부는 “한국은 겉으로 볼 때 다양한 종교들이 서로 평화롭게 지내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한국의 종교들이 그렇게 평화롭게 지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 신부는 “개신교인 시어머니가 가톨릭인 며느리를 강제로 개종을 시키거나 회사에서 사장의 종교가 (사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면서 “종교 지도자들도 모이면 서로 미소를 나누지만,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까 모두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신부는 또 “한국인들은 종교의 ‘내용’보다 ‘형식’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면서 “미사 때 움직이지 않고 두 손 모으고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도 뭄바이가 고향인 법성 스님은 한국 불교와 인도 불교의 차이점을 말했다.

스님은 “인도에서는 한국처럼 스님들이 고생을 하지 않는다”면서 “한국 스님들은 수행도 하지만 노동 일을 참 많이 하고, 일도 많이 시키는데 그 덕분에 노동일하는 방법을 많이 배우고 간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에 온지 3년 됐다는 법성 스님은 “한국 사람들은 인사를 잘하고 친절하지만 스님이든 누구든 돈이 없으면 한국에서 살지 못한다”면서 “한국에 와서 공부를 하거나 살려고 하면 무조건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날 참석자들은 특히 한국인이 쉽게 개종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강 신부는 “결혼을 하거나 ‘가정의 평화’를 위해 쉽게 종교를 바꾸는 것을 볼 때 진짜 이해가 안 됐다”면서 “한국에서는 종교보다 문화가 우선시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슬람중앙협의회 홍보담당인 장 후세인 씨는 강 신부의 말에 동의한다면서 “’(이슬람교를) 한번 해보고(믿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종교는 ‘한번 해보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 출신의 원신영 원불교 교무는 “세상이 급속도로 변해가면서 사람들이 ‘도그마’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서 “쉽게 개종이 가능한 것은 종교가 건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반증”이라며 한국의 개종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만큼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차별없이 포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마리아전교자프란체스코회의 밀다 마챠도 수녀는 “한국인들은 ‘우리’라고 하는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으면 잘해주는데 그 울타리를 벗어나면 남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고, 네팔 출신의 원성도 원불교 교무는 최근 한 귀화 여성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목욕탕 출입이 거부된 ‘목욕탕 사건’을 예로 들면서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차별 없이 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여해(如海) 강원용 목사(1917-2006)가 1965년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대화문화아카데미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다종교·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의 공존과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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