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간 게이는 어떤 사랑할까

군대간 게이는 어떤 사랑할까

입력 2009-12-08 12:00
수정 2009-12-08 12:3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김조광수 감독의 게이영화 ‘친구사이?’

아직은 한국 사회에서 다루기 어려운 주제라고? 그렇지 않다. 이미 국내 영화계에서는 ‘동성애 코드’가 넘치고 있다. 독립영화 얘기가 아니다. 주류영화 얘기다. 두 톱스타의 농염한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쌍화점’을 비롯해 ‘로드무비’, ‘후회하지 않아’, ‘왕의 남자’, ‘주홍글씨’ 등 그 사례들은 많다. 이제 동성애 코드도 경쟁력이 없으면 주목받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이미지 확대
●‘게이 리얼리티’를 구현하다

영화 ‘친구사이?’는 동성애의 홍수 속에서 ‘리얼리티 카드’를 꺼내든다. 게이들이 사랑하는 방식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보겠다는 의도다. 김조광수 감독이 ‘순도 99.9% 게이 로맨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도 리얼리티를 통해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감독 자신도 게이다.

일단 주제부터 현실적이다. 김조 감독이 2008년 제작한 ‘소년 소년을 만나다’가 10대 게이 청소년의 풋풋한 첫사랑을 애잔하게 표현해 냈다면 이 영화는 20대 게이들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인 군대 문제를 다뤘다. 겉보기에 무척 심각하게 흘러갈 듯도 싶지만 감독의 손맛은 지루하지 않다.

영화의 시작과 말미에 ‘뽕짝 리듬’의 뮤지컬 요소를 삽입한다거나 주인공 민수(서지후)와 석이(이제훈)의 대사 하나하나에 재치를 버무린다. 영화 분위기는 그래서 유쾌하다.

이미지 확대
가장 강점은 주인공 커플의 ‘촉촉한’ 감성이다. 민수를 면회온 석이가 시멘트 담벼락 앞에서 아기자기한 대화를 나누는 ‘담벼락 신’은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서로의 새끼 손가락을 꼬아대며 묘한 웃음을 짓는 민수와 석이, 키스를 위해 눈을 감는 석이에게 장난을 치는 민수, 민수를 위해 “요리사가 되겠다.”고 말하는 석이의 다짐은 ‘닭살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냘픈 대화방식, 하지만 결코 여성적이지 않은 이들의 화법은 이성애자들의 눈에 무척 색다르게 다가온다. 동성애자들은 현실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준다. 자신들의 세계가 종종 오도되는 것이 불만이었던 이들은 “이게 정말 게이가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감독은 “어릴 적부터 연애에 대한 촉이 좋았다.”며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낸다.

주인공 배우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이성애자인 서지후와 이제훈은 1984년생 동갑으로 절친한 사이다. 문제는 “애인 같지 않고 친구 같다.”는 김조 감독의 지적이었다. 두 사람은 5분 남짓한 담벼락 신을 위해 두 달을 연습했고 게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서울 종로의 한 모텔을 찾아 방황(?)하기도 했다. 지독한 노력 끝에 “그래. 바로 이거야!”라는 감독의 탄성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미지 확대
●이성애자가 봐야 할 동성애 영화

동성애 코드를 담아내는 주류 영화들은 동성 간의 진한 러브신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려 왔다. ‘남자끼리 (육체적으로) 어떻게 사랑을 나눌까.’라는 말초적 호기심에 대해 주류 영화계가 충실히 답한 결과일 수도 있고, 다른 동성애 코드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자구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농염한 베드신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나오는 동성애 커플은 애인보다는 친구에 가까워 보인다는 게 일각의 평이다. “대한민국에서 동성애를 제대로 표현한 영화는 거의 없다. 동성애자를 왜곡한 판타지만 있을 뿐이다.” 김조 감독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뱉어낸 말이다.

물론 이 영화에도 진한 러브신은 있다. 그러나 이는 민수와 석이의 수많은 사랑 방식 가운데 하나일 뿐, 핵심은 아니라는 게 감독의 얘기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영화에 대해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감독의 의도와 달리 ‘수위’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시사회를 본 영화평론가들은 “‘아, 게이들은 저렇게 사랑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영화”라며 “동성애자보다 이성애자가 봐야 할 영화”라고 말했다. 17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9-12-08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