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색채 강조하다 보니 풍만한 그림 됐죠”

“형태·색채 강조하다 보니 풍만한 그림 됐죠”

입력 2009-06-30 00:00
수정 2009-06-3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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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인물의 화가’로 잘 알려진 페르난도 보테로(77)에 대한 첫인상은 자못 실망스러웠다. 사람들의 인지가 상당히 제멋대로인 탓에 만나보지 못한 작가에 대해 상상할 때는 작품 속의 인물화와 어떤 연결을 짓고 연상하게 된다. 풍만한 몸집과 코믹한 제스처, 코믹한 얼굴 등이다. 그러나 29일 국내 전시개막에 맞춰 서울을 방문한 보테르는 잘생긴 남미의 노신사였다. 마재킷을 입은 그의 부인도 키가 크고 아주 날씬한 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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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노신사 페르난도 보테로가 29일 라파엘의 원작 ‘젊은 여인의 초상’ 을 팽창되고 풍만하게 그려낸 자신의 그림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백발의 노신사 페르난도 보테로가 29일 라파엘의 원작 ‘젊은 여인의 초상’ 을 팽창되고 풍만하게 그려낸 자신의 그림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보테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왜 풍만한 여인을 그리느냐, (그런 여인을)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13세기 이탈리아 프레스코화를 감상하다가 양감(볼륨)에 대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면서 “내가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감각을 관객에게 돌려주기 위해 풍만한 그림을 택한 것이지, 나 자신은 절대로 뚱뚱한 인물을 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풍만한 인물을 소재삼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세시대 종교화들이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형태나 색채를 무시했다면, 그는 반대로 형태와 색채를 강조하면서 의미나 자세 등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것이다. 형태를 과장하고 부풀리다 보면 덩달아 전달되는 색깔의 양이 커져 더 강조되는 것이다.

유럽 미술관에서 그에게 자극을 줬던 작가들은 라파엘로, 마사초, 프란체스카, 앵그르 등으로 르네상스시대 그림과 신고전주의 등 아카데믹한 그림들이다. 콜롬비아 안데스 산맥 지역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가 교회 등을 통해 접한 복제화와 완전 딴판인 그림을 만난 것이다. 추상화가 유행하던 시절에 그림을 시작했지만 벨라스케스나 앵그르 등 작가들의 진지함에 반해 구상화를 전통기법으로 그려냈다. 캔버스의 바탕을 검게 칠하고 그 위에 밝은 색깔의 유화물감을 올리는 식이다.

보테로는 “인상주의 이후부터 작가들이 바탕작업을 하지 않은 캔버스에 직접 그리고, 또는 1분도 안 걸리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이런 경향 때문에 미술의 쇠퇴기를 초래하기도 한다.”면서 “나는 몇달이 걸려서 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책 만드는 일에 비유하기도 했다. 글을 쓰고, 빼고, 더 집어넣고, 또 빼고 하는 작업을 거듭해서 좋은 책을 만들듯이 그리고 빼고, 지우고를 지속적으로 해서 좋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한국 개인전이 회고전 형식인데,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소장하고 있던 유화를 중심으로 전시계획을 세웠다.”면서 “작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으니, 즐겁게 한국 관람객이 그림 속의 라틴아메리카의 모습을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17일까지. 덕수궁미술관.



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09-06-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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