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만나는 국악 공연 시민들 품으로 더욱 가까이…

브런치와 만나는 국악 공연 시민들 품으로 더욱 가까이…

입력 2009-05-14 00:00
수정 2009-05-1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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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첫 오전 상설 연주… 새달부터 월1회 열기로

13일 오전 11시를 조금 넘어선 시각.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위로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하나둘 들어서자 한 아이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악기는 별로 없을 텐데….” 국악에도 대규모 관현악단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듯한 아이의 반응에서 학교 음악시간에 우리 음악보다 클래식을 먼저 배우는 현주소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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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정오의 음악회’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원영석의 지휘로 연주를 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13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정오의 음악회’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원영석의 지휘로 연주를 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이날 공연은 국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국립극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정오의 음악회’ 첫 시간. 클래식, 발레 등에서는 점심 시간 전에 공연을 하는 브런치(오전에 먹는, 점심식사보다 가벼운 끼니) 공연이 보편화돼 있지만 국악 분야의 오전 상설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해설을 맡은 가야금 명인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국악은 서양 귀족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지금의 18~19세기 클래식처럼 고답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오늘의 음악’”이라면서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공연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아리랑의 아름다운 선율이 관현악곡으로 태어난 ‘아리랑 환상곡’으로 시작됐다. 1976년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만든 것으로, 1978년에 도쿄교향악단이 초연해 일본에서는 꽤 알려진 곡이다. 웅장한 ‘아리랑 환상곡’에 이어 국악관현악단은 드라마 ‘아내의 유혹’, ‘꽃보다 남자’, ‘베토벤 바이러스’의 배경음악들을 들려주며 흥을 돋웠다.

차분하면서도 구수한 입담으로 해설을 하던 황병기 예술감독은 직접 무대 중앙에서 ‘침향무’를 연주하고 일일이 해금, 아쟁, 가야금, 대금, 생황 등 악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공연의 마지막 곡인 퓨전국악관현악곡 ‘타’가 심장을 두드리는 강렬한 타악기의 울림으로 끝나자 객석에서는 의외의 발견을 한 듯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은 유치원생 꼬마 아이부터 은발의 할머니까지 800여명이 관람했다. 이들은 공연이 끝난 뒤 삼삼오오 모여 로비에 준비된 전통차와 떡을 먹으며 공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일부 관람객은 공연장 밖에 설치된 대형 모듬북에서 타악 연주자 연제호와 함께 북을 두드리며 흥겨운 시간을 만들기도 했다.

임연철 국립극장장은 “국악이 어렵고 지루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정오의 음악회’의 지향점”이라면서 “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국악 전도사라는 생각으로 더 대중과 가까이할 수 있는 작품들로 꾸민 공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오의 음악회’ 두번째 공연은 새달 5일 열린다. 6월 공연까지는 영화·드라마 음악, 동요, 가요 등 모든 장르를 소화하는 시범공연으로 진행한다. 7~8월 정비 기간을 거쳐 9~12월에 한 차례씩 올릴 예정. 내년에는 매주 마지막 월요일 11시에 고정적으로 공연할 계획이다. 1만원. (02)2280-4115~6.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9-05-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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