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전주영화제 회고전 초청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
올해 전주국제영화제(8일까지)가 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초청한 감독은 유럽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폴란드 출신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71) 감독이다. 지난 2일 방한 첫날, 전주 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장시간 비행과 시차 때문에 피곤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내내 눈빛은 형형하고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영화감독
그는 “전주영화제가 내 작품을 상영해 매우 기쁘고 영광이다.”면서 “중요한 작품이 거의 다 들어가 있으며, ‘등대선’만 추가됐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고 말했다. 다만 상영작 ‘페르디두르케’에 대해서는 “내가 싫어하는 영화”라며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소설을 영화화했는데, 번역이 불가능한 폴란드 소설을 영어로 제작했기 때문에 애초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반스탈린주의에 상영금지돼 망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작품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손들어!’(1967년)가 반스탈린주의적 성향 때문에 자국에서 상영금지되자 해외로 정치적 망명을 떠나야 했다. 이후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지를 떠돌면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으며,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딥 엔드’, ‘외침’ 등을 찍은 영국에서 영화적 지식을 숙련되게 쌓았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때 영화 증오… 17년간 화가 활동
1991년 ‘페르디두르케’를 찍은 이후 17년 동안은 오직 전업화가로만 활동했다. 그는 “‘페르디두르케’를 끝내고 그 영화를 거의 증오하게 돼 영화작업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랜 영화계 공백기는 그의 말에 따르면 “예술가로 재탄생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그림에 집중하면서 열정을 되찾게 됐으며, 진정한 화가가 되려는 야망도 채울 수 있었다.”면서 “배우 잭 니컬슨, 데니스 호퍼를 비롯해 많은 개인 컬렉터들과 박물관이 내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내놓은 복귀작 ‘안나와의 나흘 밤’은 2008년 칸영화제에서 “과연 거장”이란 찬사를 이끌어 냈다.
감독은 유럽의 영화혁명인 누벨바그와 교류하는 등 동시대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누벨바그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었다.”면서 “1965년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린 뉴시네마 페스티벌에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마르코 벨로키오, 밀로스 포먼, 얀 네메치, 폴커 슐렌토르프, 알렉산더 클루게 등 각국의 감독들을 만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스타일은 분명 공통점이 있었지만, 사실 모두들 누벨바그를 독립적으로 재창조하려 했었다.”고 설명했다.
●초면 주연배우에 12번이나 침뱉은 일화도
감독은 다수의 작품에서 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라미스’에 출연했다. 당시 에피소드를 묻자 첫 촬영에서 주연 비고 모텐슨에게 침을 뱉어야 했는데 테이크(take)를 여러 번 가서 초면인 그에게 침을 12번이나 뱉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의 영화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르면 올해에도 제작자 제레미 토머스와 함께 새 영화 ‘에센셜 킬링’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는 법에 대해 거장이 제시한 해답은 간명했다. “슬프지만 약간이라도 미소 지을 만한 유머감각이 있을 것이다. 관찰하고 웃어라.”
글ㆍ사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9-05-07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