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동 2호’ 발사하는 프로레슬러 윤강철

‘대포동 2호’ 발사하는 프로레슬러 윤강철

입력 2009-05-04 00:00
수정 2009-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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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손에서 ‘대포동2호 미사일’이 뿜어져 나오고,하늘을 날며 ‘대륙간탄도탄’도 뿜어댄다.어깨에서는 조선시대 폭탄인 ‘비격진천뢰’가 발사된다.무슨 영화 주인공 ‘아이언맨’이 북한에 귀순했냐고? 천만에.프로레슬러 ‘아이언맨’ 윤강철(35·신한국프로레슬링협회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구사하는 ‘피니셔’(끝내기 기술) 이름들이다.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인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유명 선수들과 ‘알고 보면’ 동문간이라는 그를 최근 경기도 부천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만났다.

●필살기 ‘대포동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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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러 윤강철
프로레슬러 윤강철
 윤강철은 자신의 마무리 기술에 ‘대포동 2호’라는 이름을 붙였다.위력은 세지만 정확도가 떨어져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이름을 갖다 썼단다.시력이 안 좋기 때문에 ‘명중률’이 떨어지고,공중기를 시도할 때 위험한 경우가 종종 있다.

 톱 로프에서 오른쪽 뒤로 몸을 날려 두바퀴 이상을 회전해 상대방 위로 떨어지는 고급 기술인 대포동 2호는 그가 멕시코 유학 시절 ‘장착’한 피니셔다.윤강철은 신한국프로레슬링협회(NKPWA)의 지원으로 2005년 9월부터 6개월동안 ‘프로레슬링 선진국’인 멕시코에서 수련하며 기술을 배웠다.하루 5시간씩 멕시코 특유의 공중기술을 위주로 한 프로레슬링(루차 리브레)을 배우고,3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더구나 고산지대에서 훈련을 하다보니 호흡이 깊어져 귀국하니 휙 휙 날아다니게 됐다고….

 WWE의 에디 게레로(2005년 사망),레이 미스테리오도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적이 있어 WWE 대스타들과 서로 동문인 셈이라고 농을 건넨다.

●‘아이언맨’으로는 돈 못 벌어 ‘퀵 서비스맨’ 되기도

 하지만 한국 프로레슬링의 인기는 WWE의 그것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

 WWE는 매월 정기적으로 큰 행사를 벌이며 수백만달러씩 휩쓸어갈 정도로 흥행이 잘 된다.미군들이 외국에 참전하러 가면 직접 찾아가 ‘위문 경기’를 벌일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다.

 하지만 윤강철이 전한 한국 프로레슬링의 현실은 참으로 초라하다.1년에 고작해야 모두 1~2경기 열리는 게 전부다.지난 3월 챔피언 결정전이 열렸을 때도 수백명만이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 대부분은 레슬링만으로 먹고 살기가 어려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윤강철 자신도 먹고 살기 위해 택배,퀵서비스,스턴트,방송 보조 출연자 등 일을 해야만 했다.‘잊혀진 스포츠’ 프로레슬링 챔피언의 삶은 고달프다.

●프로레슬러의 ‘로망’

 그가 구사하는 프로레슬링은 위험하다.3단 로프에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링 위에서 밖을 향해 몸을 날리는 일이 다반사다.그는 로프 위에서 상대에게 떨어지는 기술을 구사하다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어 1년간 병원신세를 진 적도 있다.

 돈벌이도 되지 않고 위험하고….그렇지만 그는 단 한번도 이 길을 선택한 걸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남자로 태어나서 ‘비인기 종목’을 한다는 것,그리고 그 정점에 섰다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일단 링에 올라가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 경기를 끝내는 게 레슬러의 사명감이자 프로 선수의 자세란다.부상을 입어도 끝까지 경기를 펼치는 게 프로레슬러의 삶이다.

 미키 루크 주연의 영화 ‘더 레슬러’의 주인공처럼 심장이 터질 때까지 링에 오르겠다는 윤강철.그의 심장은 프로레슬링을 위해 뛰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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