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한국의 혼 ·情의 문화 보여줄 것”

“日에 한국의 혼 ·情의 문화 보여줄 것”

입력 2009-02-17 00:00
수정 2009-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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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조각가 전광영씨 日 모리미술관서 한국인 첫 개인전

│도쿄 문소영특파원│“작가들이 ‘장돌뱅이’도 아니고 솔드 아웃(sold out·매진) 여부로 작가를 평가하면 안 된다. 나는 이번에 일본에 한국의 혼을 남기고 가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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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영 작가
전광영 작가
지난 13일 일본 도쿄 모리아트센터 갤러리에서 단독 개인전을 연 전광영(65) 작가는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각오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 작가는 1984년 일본 긴자거리의 화랑에서 페인팅으로 개인전을 연 뒤로 일본 중심가에서 전시회를 열어 보리라고 25년간을 벼려 왔다. 2년 전 모리아트센터의 집행위원인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게이오대 교수로부터 개인전을 갖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국의 역사, 보자기 문화, 정의 문화를 보여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3월까지 일본 롯폰기 힐스 모리타워 52층 전관에서 70년대 초기 회화를 비롯해 한지로 싼 스치로폼을 쌓아 회화식으로 구성한 ‘집합’ 작업 30여점을 선보이게 됐다. 평면작업뿐만 아니라 입체 작업과 설치 작품까지 내놓았다.

1946년생인 전 작가는 일본의 심장부에서 한국의 문화를 선보이게 된 것에 자못 감격했다.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는 동안 얼굴은 붉어지고 목소리는 격양됐다. “평소 일본을 오갈 때와 다르게 이번에 현해탄을 건너면서 마음이 싸했다.”면서 “십자가를 지고 일본에 온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막식 날 일본 언론이 보여준 예민한 관심에도 촉각이 곤두선 분위기가 역력했다.

전 작가는 삼각형의 스치로폼을 고서가 적혀 있는 한지로 싸서 끈으로 동여맨 뒤 이것을 빈 틀에 눌러 담아놓은 형태의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페인팅에서 이런 작업으로 돌아선 것은 1994년이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30년 전에 그린 그림들이 독창적이지 않아서 불만이 많았다. 남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작품을 만들다니 하고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미국 유학에서 그는 “아무리 서양 그림과 닮게 그리고 비슷하게 그려 봤자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고, 내 이야기를 해야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초등학교 시절 고향인 강원도 홍천에서 한약방을 하는 큰집 시렁에 줄줄이 매달려 있던 약봉지들이 떠올랐다. 한지 오브제가 탄생한 순간이다. 서양이 박스 문화로 규격 외에는 여분이 없지만, 한국은 보자기 문화로, 규격도 없고 필요하면 추가로 더 우겨넣을 수 있는 여유와 정이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보이는 설치작업에선 ‘고뇌하는 두상’과 ‘상처받은 너와 나의 심장’이 눈에 띈다. 고뇌하는 두상은 설악산의 울산바위 같은 느낌으로 불뚝 서 있다. 마주 보는 상처받은 심장은 일제강점기와 격변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숯검정이 된 우리 어머니들(한국)의 영혼을 대변한다.

전광영 작가의 전속 화랑인 더 컬럼스의 장동조 대표는 “세계적으로 이우환은 일본 작가로, 백남준은 미국 작가로 알려져 있어 진정한 한국의 토종작가는 전광영 작가가 시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로버트밀러 갤러리와 코네티컷 얼드리치 현대미술관에서 가진 개인전으로 국제적 지명도를 높인 상황에서 새 디딤돌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올 6월 캐나다 몬트리올, 8월 싱가포르, 9월 모스크바, 12월 미국 와이오밍, 내년 베이징국립미술관의 개인전 등이 기획돼 있다.

symun@seoul.co.kr
2009-0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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