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대 계곡의 하나로 꼽히는 칠선계곡. 지리산의 계곡 중 가장 길고 험해 ‘죽음의 골짜기’라고도 불리는 이 계곡은 1999년 안전사고와 자연훼손을 막기 위해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뒤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돼 왔다.11일 오후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환경스페셜’은 지난달 자연휴식년제를 끝내고 10년만에 개방된 ‘마지막 원시림’ 칠선계곡을 찾아간다.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칠선계곡은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을 기점으로 지리산 북사면으로 9.7㎞에 걸쳐 이어진다. 칠선계곡 숲은 6·25 전쟁을 거치면서도 거의 훼손되지 않은데다 험한 산세 덕분에 인적이 뜸해 남한 유일의 천연 침엽수림으로 보존될 수 있었다.
무려 10년의 자연휴식년제를 거친 칠선계곡 숲은 옛 모습 그대로의 평화를 되찾았다. 계곡에서는 멸종위기종 1급으로 최근 한반도에서도 발견하기 힘들었던 얼룩새코 미꾸리가 발견됐다. 남한 최대로 꼽히는 500년 묵은 주목나무가 위용을 자랑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구상나무 숲의 밀도는 지난 10년간 단위면적당 약 15%나 증가했다.
칠선계곡 숲은 말 그대로 ‘희귀 수종 백화점’. 전국의 심산에서도 속수무책으로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웠던 땃두릅나무, 돌단풍 같은 고유종들과 만병초, 백작약, 자주솜대 등 희귀·멸종위기종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어 계곡의 보존가치는 더한다.
한편, 칠선계곡이 10년만에 일반에 빗장을 열면서 덩달아 바빠진 이들이 있다. 계곡 출입 금지 논란이 있기 한참 전부터 계곡 기슭에 자리잡고 살아온 두지마을 주민들이다. 흙집을 짓고, 약초를 캐며 칠선계곡 한편에 오랫동안 둥지를 틀어온 이들은 최근 계곡의 일반인 개방에 즈음해 새로운 ‘특명’을 받았다. 자연훼손을 막기 위해 탐방객을 1년에 4개월 동안만 제한해 출입시키는 이른바 ‘생태예약 탐방제’가 도입된 가운데 그들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게 된 것.
칠선계곡의 빗장이 풀리면서 조심스레 그곳으로 발걸음을 떼는 사람들. 산을 위협하는 정복자가 아니라, 산에 기대어 공존하는 겸허한 우리들의 모습을 이젠 기대해봐도 좋을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08-06-10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