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공초 문학상] 조오현 시인의 작품세계

[16회 공초 문학상] 조오현 시인의 작품세계

김규환 기자
입력 2008-06-07 00:00
수정 2008-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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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고 섬세한 직관으로 꿰뚫은 오도의 경지

무산 조오현은 ‘과작(寡作)의 시인’이다. 등단 40년이 넘도록 시집 두권을 상재했다. 시인이 고백했듯이 스님은 말과 글을 버리는 공부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일까.“중은 끝내 부처도 깨달음까지도/내동댕이쳐야 하거늘/대명천지 밝은 날에/시집이 뭐냐/”(시집 ‘아득한 성자’의 ‘시인의 말’중에서)

그런 만큼 시인의 작품 세계는 순간에서 영원을 보고 영원에서 순간을 읽어내는 오도(悟道)의 경지를 날카롭고 섬세한 직관으로 꿰뚫어 본다. 이슬방울 하나에서 영원을 보고, 모래 한 알에서 우주를 읽어내는 구도적인 명상의 깊이라니…. 삶의 본질이 순간과 영원, 현상과 본질을 넘나드는 만큼 하루를 살아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적 의미를 그의 시편은 알뜰하게 보여준다.

대표작 ‘아득한 성자’는 이런 기조를 잘 드러낸다. 하루가 전생(全生)인 하루살이가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보았기에 더이상 볼 것 없다고 알을 까고 죽는 짧은 생애를 성자라고 본 것이다.“하루라는 오늘/오늘이라는 이 하루에/뜨는 해도 다 보고/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더 이상 볼 것 없다고/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죽을 때가 지났는데도/나는 살아 있지만/그 어느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천년을 산다고 해도/성자는/아득한 하루살이 떼” 하루만에 모든 것을 깨치고 살다가는 하루살이에 비하면 수십년을 살아도 제대로 깨치지 못하는 인간들이란 도대체 얼마나 고행정진을 해야 한단 말인가. 시인의 작품은 광대무변한 깨달음의 세계를 온전히 보여준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2008-06-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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