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집 ‘덜레스 공항을 떠나며’ 펴낸 한말숙

단편 모음집 ‘덜레스 공항을 떠나며’ 펴낸 한말숙

입력 2008-02-16 00:00
수정 2008-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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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쓰고 싶을 때 즐겁게 쓰고 잔인하고 괴기스러운, 즉 남을 해치는 작품은 쓰지 않는다는 게 지론입니다. 문학하는 이유가 나와 독자가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죠.” ‘한국 전후문학의 대표 작가’ 한말숙(77)씨.1957년 ‘신화의 단애(斷崖)’로 등단해 지천명의 세월을 넘긴 그는 여전히 활달하고 유쾌했다.20대를 무색케 하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한다.“문학에 목숨을 걸지는 않지만 앞으로 좋은 소재가 있으면 계속 써야죠.” 작가는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11편의 단편을 모은 6번째 소설집 ‘덜레스 공항을 떠나며’(창비 펴냄)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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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학작품들은 그다지 정제되지 않은 것 같아 잘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한말숙씨.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요즘 문학작품들은 그다지 정제되지 않은 것 같아 잘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한말숙씨.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신화의 단애’‘장마’ 등 50년대 3편,60년대 ‘행복’ 등 4편,70년대 ‘여수´ 등 1편, 80년대 ‘초콜릿 친구’ 등 1편,2000년대 표제작 ‘덜레스 공항을 떠나며’ 등 2편이다. 이 중 10편은 올해말 나오는 그의 영어 단편선집에 실릴 예정이다.

“남을 해치는 소설 쓰지 않는게 나의 지론”

“작품 하나하나가 제 자식처럼 애정이 가요. 굳이 꼽는다면 ‘신화의 단애’‘장마’‘행복’ 등의 순이라고 할까요. 표제작 ‘덜레스 공항을 떠나며’도 기분이 좋고 희망을 주는 소설이라 애착이 갑니다.” 데뷔를 비교적 쉽게 한 터라 글 쓰는 게 힘든 줄 모른다는 그는 “문학은 인간에게 사랑과 행복을 주는 테마여야 하는 만큼 해악을 끼치는 글을 쓰는 작가들은 이해가 안 된다.”고 강조한다.

수록작 ‘신화의 단애’는 몸파는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뤄 지금도 세련된 퇴폐감이 느껴진다. 유교 정신이 온존하던 당시 상황에서 충격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탓인지 소설가 김동리와 평론가 이어령 간에 실존주의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세간의 화제가 됐다.“윤리 도덕을 무너뜨린다는 비난 전화가 빗발쳤죠. 내가 주인공 ‘진영’과 같을 거라 짐작한 몇몇 남성팬들은 집을 찾아와 부유하게 사는 제 모습을 보고는 긴가민가 하는 표정이었죠.”

자연주의 색채가 물씬 풍기는 ‘장마’는 단벌 옷과 수저 두벌로 시작한 신접살림을 삼키려는 폭우와 맨몸으로 맞서는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 미국 의 밴텀북스가 발간한 ‘세계단편명작선’에 수록됐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유부남을 정부(情夫)로 둔 화가가 주인공인 ‘여수’는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실존적 고민이 해변 호텔의 서정적 풍경과 어우러져 이색정취를 느끼게 한다. 자전적 소설에 해당하는 ‘신과의 약속’은 식중독으로 입원한 어린 딸의 위급한 병세를 안절부절 못하고 지켜 보는 어머니를 실감나게 묘사했다.‘노파와 고양이’는 소외된 노파의 신경증을,‘행복’은 대가족 집안의 조부상에 대한 전통과 현대의 시각차와 세대차를 섬세하게 담아 냈다.

참된 삶 지향하는 새로운 인간상 창조

미국을 방문한 노부부와 자식들의 일상을 진솔하게 그린 ‘덜레스 공항을 떠나며’는 9·11테러 직후 미국 방문 여부를 놓고 남편 가야금 명인 황병기(72)씨와 고민했던 일이 모티프가 됐다. 소설가 구인환씨는 “한말숙씨의 소설은 짙은 삶의 현장을 따스한 정감으로 감싸 사람다운 참된 삶을 지향하는 새로운 인간상을 창조함으로써 문단에 한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8년 동안 창작은 안 했지만 기존 작품을 해외에 번역 출간하는 등 늘상 문학과 함께 했죠.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4월말 출간 예정으로 수필집 ‘사랑할 때와 헤어질 때’(가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작가는 “교육과 일상생활에 관한 나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2008-02-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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