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선 아닌 유화로 진경산수 되살린다

먹선 아닌 유화로 진경산수 되살린다

황수정 기자
입력 2008-02-12 00:00
수정 200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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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째 개인전 여는 전준엽

유화로 되살리는 진경산수. 중견작가 전준엽(55)의 최근 작업 화두이다. 금방이라도 대바람 소리가 새어나올 것같은 죽림(竹林), 그 옆을 사뿐히 휘돌아 나가는 나룻배 한 척, 삽살개 한마리 앞세운 채 휘영청 보름달 벗삼아 밤길을 완상하는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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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선을 동원하지 않고도 고아한 아름다움의 묘미를 살려내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12일부터 새달 1일까지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리는 작가의 17번째 개인전에서다. 한국 산하의 숨소리를 담았으되 다분히 이질적 재료인 유화물감을 사용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관념의 세계 풀어보이는 풍경화 그려

작가는 한때 민중미술 계보에 섰던 사람이다.1990년대에는 전통 고분벽화를 현대회화의 감각으로 재해석했고, 최근엔 현대적 감각을 견지한 산수화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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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주제는 ‘빈 공간을 담은 세상’. 작가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그렇듯 관념적인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니라 관념의 세계를 풀어보이는 풍경화를 그렸다는 뜻이다. 그런 의도는 화폭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시점이 다른 풍경을 한데 어울러 균형미를 일궈낸 ‘대바람 소리’가 그 대표작이다. 고즈넉한 오두막은 정면에서 바라본 시점인데, 뒤편의 무성한 대나무 숲은 언덕 위 오두막에서 굽어본 시점이다.

유화물감으로 그린 산수화에는 다양한 기법이 동원됐다. 대나무를 묘사할 때는 물감을 부은 뒤 입으로 불어 번지게 했다. 하늘을 표현한 누르스름한 장판지색은 덧칠된 물감을 벗겨낸 덕분에 색감이 독특하다.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닌 한국화 선보일 터”

전시에는 모두 20여점이 나왔다. 전통산수의 일관된 맥락을 선보이는 일련의 작품들은 ‘빛의 정원에서’라는 시리즈이다. 전남 담양의 소쇄원 토담 등도 영감을 퍼올린 주요 소재가 됐다. 미술평론가 류석우씨는 “보면 볼수록 무한한 자연의 묘미와 흥취를 느끼게 하는 것은 작가 특유의 장인적 능력”이라고 평했다.

중앙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이력도 다양하다.10년 동안은 미술전문 기자로 활동했고, 성곡미술관 설립 초창기부터 2004년까지 9년 동안 성곡미술관 운영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말했다. 신정아 이전에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를 두 번이나 받았다.“함께 근무할 때 신정아에 대한 신뢰가 워낙 두터워 항간의 나쁜 소문을 믿지 않았는데, 검찰에서 직접 확인한 사실들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작품에 매달린 덕분에 충격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미술계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팝아트 등 서양식 현대미술이 과도하게 부각돼 있다.”고 꼬집었다. 작가의 목표는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닌,‘한국화’를 선보이는 것.“앞으로도 유화를 재료로 산수화의 조형언어를 다듬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02)549-3112.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8-02-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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