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조선희를 ‘연예인 전문 사진가’라 했던가. 그는 자신을 당당히 ‘대중문화기록자’라고 소개한다. 시대를 기록하는 자로서의 의식과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EBS ‘시대의 초상’은 7일 오후 10시50분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사진작가 조선희’를 방송한다. 독특하고 기괴하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왔다는 평을 듣는 조선희의 솔직한 사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한국 광고사진의 스타 조선희는 김중만의 제자로 사진계에 입문했다. 그는 사진을 시작하던 때를 이렇게 설명한다.“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모든 게 출발한 거 같아요. 제가 5남매 가운데 중간이거든요. 내가 쟁취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위치였죠.”
‘사랑갈구증’이 힘을 얻고 탄력을 받은 것은 대학 시절. 연세대 사진동아리에서 첫 출사를 나간 날, 한 선배가 그에게 말했다.“한 발 더 다가서라.” 이 말은 그가 세상에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시련도 있었다.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그에게는 한때 ‘비주류’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특이했던 거죠. 사진과도 안 나왔고, 여자고, 사투리도 팍팍 쓰고….” 어렵사리 들어온 프로젝트 제의가 비주류라는 이유로 취소당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다짐했다.“더 이상 이렇게 누가 내 것을 빼앗아가게 하진 않겠다.”고.
이제 어느 누구도 그를 ‘비주류’라고 부르지 않지만, 조선희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이야기한다.‘조선희다움’은 늘 시작이라고, 카메라와의 질긴 운명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사진만큼이나 빛이 난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7-08-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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