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서영은씨는 직접 그린 자화상에서 눈, 코, 귀를 생략하고 빨간 입술만 도드라지게 그려넣었다. 그리고 깍지를 낀 손 한쪽에는 “푸른 흙 속에 파묻혀 있는 고구마-”라고 풀어썼다. 서씨는 깊은 사유에 잠겨 있는 자아를 고구마에 빗댄 것이다. 흙 속에 파묻혀 있는 고구마가 차츰 성장하듯이 자신의 사유도 차츰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이 17일까지 서울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 열고 있는 ‘작가들의 자화상전’에는 서씨를 비롯해 소설가 박범신, 김다은씨 등 작가 23명이 직접 그린 자화상이 전시돼 있다.
작가들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서씨의 파격적인 자화상 못지않게 박범신씨는 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다소 여성스러운 자화상을 그렸다.
함께 써넣은 ‘눈 감고 아주 먼 곳을 보면 그럼, 산(山)도 이고 갈 수 있고 말고!’라는 글에서는 미지의 땅에 대한 갈망이 엿보인다.
작가들의 자화상은 대부분 추상적이다. 김다은씨는 사슴처럼 긴 목을 돋보이게 그린 자화상을 선보였고, 소설가 우광훈씨는 신문조각 모음을 배경으로 눈썹과 입을 과일로 대체하고, 눈에는 돈을 상징하는 내용을 담은 얼굴을 그렸다.
행사를 진행한 김다은씨는 “목을 쭉 빼서 세상을 보고싶은 호기심 많은 또 다른 나를 그렸다.”면서 “내 모습을 다 담을 수 없어서 일부분은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가들의 자화상은 보통사람들의 자화상과는 많이 다르다.”면서 “글을 쓸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은 전시회가 끝난 뒤 참여작가들의 자화상을 엽서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면 편지 쓰는 문화를 다시 한번 살려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2007-04-1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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