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초조대장경 복원 나선다

고려 초조대장경 복원 나선다

입력 2007-03-29 00:00
수정 2007-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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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은 흔히 고려대장경을 해인사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쯤으로 인식한다. 부처님의 가피를 빌려 몽골의 침략을 막아낼 방편으로 제작했다는 이야기도 거의 정설처럼 따른다. 그런데 고려 무신정권기인 1236∼51년 제작된 이 팔만대장경보다 무려 220년이나 앞서 1011년(현종2년)부터 제작된 초조(初雕)대장경이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팔만대장경은 처음 제작한 초조대장경과 구별해 다시 찍어냈다는 의미를 붙여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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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초조대장경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이 초조대장경을 복원하기 위한 본격작인 연대작업에 나선다. 한국의 고려대장경연구소(이사장 종림 스님)와 일본 교토의 하나조노대학 국제선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한·일 학자 400여명이 연구단체를 결성, 오는 4월2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고려대장경 천년의 해’ 선포식을 갖는다. 고려 초조대장경 조성이 시작된 1011년으로부터 따져 오는 2011년이 정확히 1000년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대장경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불교 경전뿐만 아니라 각종 전기, 역사, 사전, 야담을 수록한 동아시아 문화사의 보고. 당시 지식·학술 측면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표준 텍스트였다고 할 수 있다. 대장경 편찬은 방대한 문헌 작업과 비용이 필요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사업이었던 만큼 ‘국력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졌다. 일본만 하더라도 직접적인 목판 제작은 포기한채 고려에서 인경된 부분을 수집해 책으로 묶어낼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고려 초조대장경은 중국 북송시대의 개보대장경(開寶大藏經)에 이어 세계 대장경으론 두 번째. 나중에 대각국사 의천이 불경 주석·연구서를 보완해 일체경인 교장(敎藏)으로 발전시켰다. 따라서 한국 불교계는 이 초조대장경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초조대장경과 교장은 1만1000여권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몽골전쟁 때 그 목판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러나 1967년 초조대장경의 인본(印本)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이래 양국 학자들이 확인작업을 벌여 지금까지 국내 300여권을 포함해 일본 교토 남선사의 2000권, 대마도의 600권 등 전체 초조대장경 분량의 절반 정도인 3000권(인본)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한·일 양국의 학자들은 4월2일 선포식을 시작으로 지난 2004년부터 고려대장경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진행해온 초조대장경 디지털화 사업을 공동으로 벌이게 된다. 이미 확인된 모든 인본을 정밀 촬영하고 있으며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기초작업도 진행중이다. 양측은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초조대장경 인본을 늦어도 2011년까지는 모두 디지털화하는 것과 함께 나아가 세계의 모든 대장경을 함께 검색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세계 각국의 연구자와 신자들은 초조대장경과 세계의 모든 대장경을 한 번 검색만으로 비교해 볼 수 있게 된다.

종림 스님은 “초조대장경은 단순한 불교문화사를 넘어 당시 동아시아 지역이 함께 했던 우수한 공동창작물로 그 복원은 아시아 지역의 매체와 지식 교류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 만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2007-03-2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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