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도서출판 아름다운 인연이 ‘아름다운인연만들기’시리즈 세 번째로 펴낸 ‘가야산 호랑이를 만나다’는 그저 엄하기만 한 것으로 비쳐진 성철 스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색다른 책이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서, 혹은 개인적인 만남을 가진 뒤 불가에 귀의했거나 감화를 받은 11명이 스님과의 훈훈한 인연 이야기를 풀어낸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비롯해 전 조계종 전계대화상 일타 스님, 동화사 선원장 지환 스님, 박경훈 전 동국대 역경위원, 김천진성 백련암 신도회장, 직지성보박물관장 흥선 스님, 삼정사 주지 원소 스님,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 남자비심 전 대구 정혜사 신도회장, 장성욱 동의대 불문과 교수, 김선근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가 그들이다.
스님과의 특별한 인연을 회고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야단을 치는 ‘가야산 호랑이’선사의 면모부터 철저하게 규칙적이고 자신에게 사정없이 엄했던 극기, 마치 독심술을 하는 듯 사람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보는 안목, 엄하지만 크게 포용하는 도량이 어렵지 않게 읽혀진다.
법전 스님은 1949년 전국의 수좌들이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며 봉암사에서 뜻을 모은 이른바 ‘봉암사결사’에 성철 스님과 함께 참여한 조계종의 대표적인 선승. 봉암사 시절 모셨던 성철 스님의 인상을 이렇게 소개한다.“성철 스님은 왕왕 대중들을 밖으로 끌어냈다. 언제나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수좌의 멱살을 잡아끌어서 봉암사 계곡의 시린 물 속에 가차없이 집어넣곤 했다. 그 숨막히는 분위기가 나에게는 오히려 살아 숨쉰다는 안도감으로 작용했다.”
성철 스님은 법문에 자주 현대물리학이며 기하학, 심리학을 녹여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성철 스님의 법문을 들은 동화사 선원장 지환 스님이 “산중에 계시는 스님께서 어떻게 현대 학문을 그렇게 많이 알고 계시느냐.”고 묻자 “예끼 이놈 네깐 놈이 뭘 안다고….”라고 대답하며 크게 웃었다고 한다.
삼정사 주지 원소 스님은 백련암에서 행자생활을 마치고 사미계를 받기 며칠전 평생 승려생활을 할 자신이 없어 망설이던 무렵 성철 스님의 일갈에 마음을 굳혔다고 회고한다.“하산할까 하는 고민을 붙들고 부엌에서 군불을 지피고 있는데 성철 스님이 지나가시면서 한 말씀을 하셨다.‘인생의 일대사를 해결하는 승려생활처럼 보람있는 일은 없다. 우리들 인생이란 너무 짧은 것이다. 쓸데없는 망상 말아라.’도망가려고 기회만 엿보고 있는 놈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보시고 하시는 말씀이 아닌가. 바로 마음을 고쳐먹고 지금까지 승려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