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목판화 1975~2006 ‘침묵의 소리’

이상국 목판화 1975~2006 ‘침묵의 소리’

임창용 기자
입력 2006-04-03 00:00
수정 200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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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사람·풍경 흑백으로 거듭나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항상 무당이 칼 위에 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무당은 칼 위에서 다른 마음을 먹으면 발에 피가 나는데, 작가가 그렇지 않다면 곤란하다.”

미술작업에서 ‘노동’‘긴장’의 중요성을 어느 누구보다 소중히 여겨온 작가 이상국(59). 다양한 판화기법들이 각광받는 가운데서도 유독 목판화를 고집해온 그는 간결하면서도 안으로부터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독자성 짙은 예술세계를 보여왔다.

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상국 목판화 1975∼2006 ‘침묵의 소리’’전은 우리시대의 삶과 풍경에 서민적인 정서를 담아온 이상국의 목판화 작업 30년을 돌아보는 전시다.

이상국의 목판화는 소재 면에서 몇 차례 특징적 변화과정을 거쳤다. 초기작인 70년대부터 80년대엔 ‘귀로’‘탈춤’‘기다림’‘시골아이’ 등에서 보듯 이웃에 대한 부드러운 시선과 서민들의 생활상을 담담하게 담고 있다.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는 사람보다는 나무, 산 연작 등 풍경을 주로 담는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담아내는 풍경은 눈에 비치는 단순한 밖의 대상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서서히 발효되어 나오는 내면의 풍경이다.

홍은동의 산자락(‘홍은동에서-Ⅳ’)이나 미국 모히비사막의 붉은산이나 그 형태만으로는 차이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치 목판의 칼을 모필처럼 사용하는 그의 작품에선 흑과 백이 만나는 선과 면, 여백이 주는 간결한 형태, 그리고 이를 동반하는 선들이 신명나게 살아 움직인다.

이상국 목판화의 차별성은 그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대개 회화와 판화를 겸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회화를 판화로 옮긴다.

상업성을 위한 일종의 자기복제인 셈이다. 그런데 이상국은 오히려 판화를 회화로 옮긴다.

판화작업을 통해서 선과 전체적 형상의 굵고도 강렬한 특징을 구축한 후, 이 핵심적인 맛을 질료의 물성을 최대한 드러내는 유화로 옮기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판화는 물성을 제거한 뒤의 절제되고 응축된 느낌이 강하다.

작업공정도 다르다. 보통 목판화는 종이에 밑그림을 그려 나무판에 덮어씌워 놓고 그 윤곽선을 따라 새기는 공정을 밟는다. 하지만 이상국은 처음부터 목판을 파면서 시작한다.

예정된 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화폭에 그림을 그리듯 나무판에 형상을 깎아내는 것이다.

따라갈 그림 없이 머리속 이미지를 좇아가는 위태로운 칼질. 그래서 그의 작업엔 항상 팽팽한 긴장이 동반된다.

이번 전시에선 ‘풍경’‘나무’‘사람’ 3개의 주제로 구분, 총 140여점을 선보인다.(02)736-1020.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6-04-0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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