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된 ‘삼식이’ 따지지 말고 그냥 즐겨라
브라운관의 삼식이가 이번에는 스크린에 도전했다.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9일 개봉·제작 보람영화사)은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이어받고 있다. 현빈을 주연으로 내세웠고, 현빈이 맡은 재경 역은 ‘삼식’을 닮아있어선지 아예 ‘업그레이드된 삼식’을 내세웠다. 그렇기에 꼬치꼬치 따지면서 영화를 보는 것은 절대 금물. 예쁜 그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백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멋진 현빈을 큰 화면으로 즐기는 기쁨과, 은환역을 맡은 배우 이연희의 예쁜 모습을 누릴 수 있다. 이연희는 KBS 드라마 ‘해신’에 나왔던 얼굴이다.
재경은 제 멋대로 구는 재벌3세 고등학생.“12자리 숫자 재산을 상속받았다.”는 말을 남발하고 다닌다. 그러니 하는 짓이라곤 싸움질이나 외제차 운전 같은 ‘폼 나는’ 것들. 그런데 상속 전선에 이상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원도 산골 고등학교에서 졸업장을 받아야 유산을 주겠다는 유언장이 공개된 것.
재경은 어쩔 수 없이 강원도 산골 고등학교로 전학간다. 이 동네, 딱 동막골이다. 그러니 퇴학당하려고 엉뚱한 싸움을 벌이고,‘큰 거 한 장’으로 교장 선생님을 매수하려해도 통할 턱이 없다. 그런 재경이 변신하는 계기는 은환과의 만남. 은환도 만만치 않다. 친엄마가 자신을 알아보길 간절히 바라는 고아에다, 이쁘고 똑똑하고 마음 씀씀이도 좋고, 여기에다 몹쓸병에 걸려주는 센스까지 고루 갖췄다. 당연하게(!) 이 둘은 토닥거리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키워가는데….
영화의 두 축 재경과 은환이라는 캐릭터를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간결하게 제시하는 영화 초반부나, 마지막 부분을 울고불고 하는 사랑타령으로 채우지 않았다는 점 등은 미덕으로 꼽힐 만하다. 그러나 재경과 은환의 관계가 너무 빨리 진전되는 건 아무래도 걸린다. 따라잡아야 하는 관객들로선 숨이 찰 뿐 아니라 재경의 캐릭터가 ‘시건방진 부잣집 도련님’과 ‘철부지 고등학생’ 사이에서 너무 심하게 널뛰는 바람에 야누스 같다.12세 이상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6-02-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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