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흥미경쟁 ‘위험한 곡예’

방송 흥미경쟁 ‘위험한 곡예’

홍지민 기자
입력 2005-09-15 00:00
수정 2005-09-15 07: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말라리아…떡 먹다 사망…이번엔 뱀에 물려

방송사 안전불감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고가 도졌다.

이미지 확대
출연자가 킹코브라를 제압하는 장면을 내보내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던 ‘도전 지구탐험대’의 지난 4일 방송 장면. KBS 제공
출연자가 킹코브라를 제압하는 장면을 내보내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던 ‘도전 지구탐험대’의 지난 4일 방송 장면.
KBS 제공
언제나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방송사들은 즉각 안전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지만, 잊혀질 만하면 사고가 재발한다. 그만큼 자극적인, 선정적인 화면으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들의 경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그우먼 정정아(28)씨가 KBS 2TV ‘도전 지구탐험대’의 야르보 부족 체험 촬영차 콜롬비아에 갔다가 지난 9일 대형 뱀 아나콘다에게 물렸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씨는 14일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야르보 부족 촬영 마지막 날 아나콘다를 가지고 촬영하다가 오른쪽 팔을 물렸다.”면서 “외주제작사 담당 PD가 촬영을 못했으니 다시 찍자고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곧바로 병원에 가지 못한 채 나머지 촬영을 했다.”면서 “10일 귀국한 뒤 통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아직 큰 문제는 없지만 파상풍 예방 주사를 미리 맞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KBS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지 4일이 지나도록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KBS측은 “외주 PD가 정씨를 돌려보내며 소식을 알려왔다.”면서 “정확한 경위는 추가 촬영분을 취소하고 2∼3일 내로 귀국하는 촬영팀이 와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씨에게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했고, 정씨는 아무 이상 없다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면서 “기사화되자 정씨는 부풀려진 보도라고 당혹스러워 했다.”고 해명했다.KBS측은 ‘도전’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어 출국에 앞서 출연자와 제작진에게 따로 교육을 시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예인 등의 오지 체험을 내용으로 하는 특성상 ‘도전’은 언제나 사고 위험성을 안고 있다.1999년에는 중견 탤런트 김성찬씨가 라오스에서 이 프로그램을 촬영한 뒤 말라리아에 걸려 숨지기도 했다.

비단 이 프로그램뿐만 아니다. 지난해 9월 성우 장정진씨는 KBS ‘일요일은 101%’에 출연, 떡먹기 게임을 녹화하는 과정에서 떡이 목에 걸려 질식, 사망했다.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들이 무리한 동작을 하다가 탈골이나 골절상을 입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드라마든 오락 프로그램이든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률을 올리기보다 내용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5-09-15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