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9년 초연된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은 일대 사건이었다. 헌신적인 아내이자 어머니였던 주인공 ‘노라’가 인형으로 살기를 거부하고 마침내 문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극 '인형의 집-노라' 연극 '인형의 집-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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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형의 집-노라'
연극 '인형의 집-노라'
불과 120여년 전의 일이다. 남녀평등 운운하는 자체가 촌스러운 언행으로 치부되는 요즘, 과연 더이상 노라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독일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38)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반박한다. 새달 8∼10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인형의 집-노라’는 “19세기말과 지금 상황은 다르지 않으며, 남녀가 동등해졌다고 여기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그의 신념이 또렷이 담긴 작품이다.
독일 샤우뷔네극단을 이끄는 토마스 오스터마이어는 현재 유럽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 명망높은 아비뇽페스티벌은 지난해 30대 후반에 불과한 그에게 객원 디렉터의 자리를 내주고, 그의 작품 4편을 상영하는 극진한 대접을 해줬다.
유럽 연극전통의 맥을 잃지 않으면서 현대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그의 연출 스타일은 ‘인형의 집-노라’에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한다. 현대의 보보스족으로 변신한 노라 부부의 집은 디자이너 브랜드 가구들로 꾸며진 세련된 아파트. 노라 역시 훨씬 강하고 섹시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감미로운 팝과 록음악의 뒤섞임, 강렬한 조명, 빠른 무대전환이 젊은 연출가 특유의 에너지를 물씬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결말 부분. 집을 뛰쳐나가는 대신 노라가 선택한 길은 역대 ‘인형의 집’공연중 가장 충격적이다. 그래서일까.‘인형의 집-노라’는 2003년 초연 이후 베를린 연극제, 아비뇽 페스티벌, 런던 바비칸 센터 등 세계 유명 축제에 앞다퉈 초청됐다.
노라역의 배우 안네 티스머도 주목하자. 얼마전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초청작 ‘리퀘스트 콘서트’에서 현대인의 고독한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열연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다.3만∼7만원.(02)2005-011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5-3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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