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배우 박정자와 연출가 한태숙이 연극계에 발을 디딘 이래 처음으로 가족극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다.4월15일부터 5월15일까지 한 달 동안 정동극장에서 초연되는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정극 무대를 통해 수많은 관객과 소통해온 두 사람은 이번처럼 “두렵고 떨린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4월15일부터 한달간 정동극장 초연
박정자 씨(오른쪽). 박정자 씨(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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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 씨(오른쪽).
박정자 씨(오른쪽).
박정자는 “7살 때 처음 본 연극 ‘원술랑’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며 “어렸을 때 받은 선물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레이디 맥베스’‘꼽추, 리처드 3세’ 등 문제작들을 연출해온 한태숙은 “오래 전부터 가족들이 하루쯤은 극장 주변에서 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정동극장은 이러한 조건을 가장 잘 만족시키는 장소”라며 외적 환경에 대해서도 매우 흡족해 했다.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은 국내에 소개된 독일 그림동화 ‘우당탕탕, 할머니의 귀가 커졌어요’(비룡소)에서 모티프를 따 위기훈 작가가 재창작한 작품. 혼자 외롭게 사는 아래층 할머니는 위층에 사는 용환과 용희 남매가 만드는 작은 소리에도 화를 내며 아이들을 야단치기 일쑤. 할머니의 성화에 아이들은 잠잠해지지만, 그러자 할머니는 귀가 커지는 이상한 병에 걸리고 만다. 의사의 기발한 치료법을 통해 할머니와 아이들이 다시 화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독거 노인, 아이들의 소음으로 벌어지는 이웃간의 갈등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이 녹아 있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한태숙 연출은 4세 이상이면 관람 가능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정도는 돼야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손자앞에서 재롱 떠는 것… 두렵고 떨려”
박정자는 이번 연극에서 그동안 보여줬던 카리스마를 벗어던진다. 한태숙이 “‘19 그리고 80’의 ‘모드’가 전혀 기억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었다.
지난 25일 찾아간 연습실. 외로움에 고약을 떨지만 귀여울 수밖에 없는 할머니 박정자가 거기 있었다.“오빠 나빠 나빠 나빠. 언제나 자기 맘대로야!” 우울증 치료를 위해 의사와 인형을 가지고 역할 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예순을 넘긴 그녀가 어린애가 되어 내뱉는 대사에 좌중의 웃음이 터진다.“할머니가 손자 앞에서 재롱 떠는 거, 그거야. 근데 더 두렵고 떨려.”
●연출가 한태숙씨 “3분마다 웃기는 장면”
개관 10주년을 맞은 정동극장이 어린이문화예술학교와 함께 올리는 이 작품은 제작비만 보통 어린이 연극(600만원 미만)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기존 아동극과 차별화된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전 무대 위에 올려진 2층 집 세트는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아이들의 동화적 상상력을 한껏 충족시킬 만하다. 한태숙은 “3분마다 웃기는 장면이 나온다.”고 장담했다.(02)751-1500.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2005-03-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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